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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중대형, 옛 명성 되찾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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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11월 분양시장은 말 그대로 대풍년입니다. 전국에 28000여 가구가 분양됐으니 말이죠. 12월 대선 전에 공급을 마치려는 건설업체들의 발 빠른 행보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도 찬바람을 맞으면 견본주택 보러 다니느라 바쁩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압도적으로 소형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죠. 아파트는 물론이고 오피스텔도, 상가도, 오피스도 일단 작아야 잘 팔립니다. 반면 중대형은 ‘애물단지’가 됐죠. 청약률 ‘0’는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11월 분양시장을 가만히 살펴보니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청약 통장을 써야 하는 1·2순위에서 마감된 중대형이 꽤 있습니다. 순위 내에서만 마감되도 ‘오~’ 소리가 나올 텐데 말이죠.

대표적인 단지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꿈에그린 프레스티지가 있습니다. 1689가구(특별공급물량 제외) 65% 1104가구가 101(이하 전용면적) 이상 중대형이었는데요, 크기뿐 아니라 1000가구가 넘는 물량에 분양 성적에 대한 걱정이 있었죠.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과 달리 101 A타입, 113 A타입, 128㎡ 등 중대형 3개 타입이 1순위에서 마감됐고 나머지 5개 타입도 순위 내 미달이 6가구 정도에 불과합니다.

세종시 한림풀에버는 전 가구가 99㎡ 이상으로 이뤄진 중대형 단지입니다. 세종시가 청약 인기지역으로 꼽히긴 했지만 최근 순위 내 미달 단지가 나온 데다 중대형 단지라 역시 청약 결과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전 가구가 순위 내에서 주인을 찾았습니다. 5개 주택형 중 가장 크기가 큰 111㎡형과 148㎡형은 1순위에서 마감됐습니다.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지구에 분양한 더샵 마스터뷰(1861가구) 125㎡ 이상 중대형이 459가구가 있는 단지입니다. 중대형 4개 타입 중 3개 타입이 순위 내에서 청약을 마쳤고 남은 1개 주택형도 22가구 정도 남았습니다. 계약 성적도 좋네요. 계약이 시작된 지 이틀만에 중대형 계약률인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망 좋을 수록 펜트하우스 인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들 중대형은 인기 비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탄2신도시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128㎡는 가장 꼭대기층인 펜트하우스입니다. 리베라CC가 단지 바로 앞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겠죠. 여기에 테라스형 평면이 적용돼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101 A타입은 전·후면 발코니가 적용됩니다. 집 앞 뒤에 발코니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맞통풍이 시원해 문만 열어둬도 환기 걱정은 없겠네요. 같은 크기 B타입보다 인기를 끈 비결인 것 같습니다.

▲ 동탄2신도시 꿈에그림 프레스티지 101㎡ A타입. 발코니가 앞·뒤에 있어 맞통풍이 유리하다. 1순위에서 청약 경쟁률 2대 1로 마감.

▲ 동탄2신도시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101㎡ B타입. 순위 내에서 미달됐다.

송도 더샵 마스터뷰도 대부분 가구가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 아파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펜트하우스 인기가 유독 높았습니다. 5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47명이 몰려 9 1로 마감됐습니다.

동 배치를 살펴보면 중대형이 골프장 조망이 유리하네요. 분양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업체 직원이 귀띔합니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영향도 있답니다. 외국인들이 넓은 집을 선호해서 임대를 고려해 중대형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세종 한림풀에버는 입지 덕을 본 것 같습니다. 국무총리실 등 공공기관이 몰리는 중앙행정타운(1-5생활권)이 맞닿은 1-4생활권에서도 중앙행정타운이 가깝습니다. 걸어서 출·퇴근해도 되죠. 단지 바로 뒤에 원수산이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공공기관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세종시 집값·전셋값이 뛰고 있는 상황도 긍정적으로 작용했겠네요.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개최한 한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습니다. 20년 후 국내 주택시장은 소형이 아니라 중대형이 부족할 것이라는 겁니다.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대부분이 청장년층보다는 노년층이라는 것이죠. 노년층은 소형 주택으로 옮기기보다 이미 형성한 자산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20년 후 주택시장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홀대 받던 중대형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인 것은 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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