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영향 아시아 통화불안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한 '대미(對美)테러로 세계적인 금융 침체가 예고된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절하 압력을 받는 등 통화 불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의 중국계 일간 문회보(文匯報)는 싱가포르의 한 금융전문가 말을 인용,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와중에 발생한 대미 테러로 아시아통화들이 한층 불안해 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12일 한국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증시의 대폭락 이후에도 환율시장이 안정 기조를 유지, "당분간 통화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홍콩 금융계 일각의 조심스런 전망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신문은 '테러 증시' 국면에 놓인 아시아 국가들이 조속히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하며 특히 외자 유출 조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로몬 스미스 & 바니의 한 화폐전략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 ▲(약세조짐을 보이고 있는) 달러화의 장기적 가치와 시장 신뢰 ▲달러화 부침의 아시아 통화 영향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발전은행의 한 연구원은 미 경기 둔화에 전세계적인 IT 상품의 수요 급락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대만도 26년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경제 심장부가 테러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들의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데다 테러 사건으로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실업자 도 증가해 아시아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고 풀이했다.

이로 인해 미 달러화에 대한 절하 압력이 드세지면서 전세계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각국의 통화 인플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홍콩의 한 금융 전문가는 "이같은 분석은 미 경기 회복이 크게 지연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쳐 각국 통화들도 절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풀이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4.4분기에 미국 경기 회복을 예상했는데 테러사건으로 1분기 이상 회복이 늦춰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미 경기 회복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등의 경기 악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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