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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그라, 바삭하게 구워도 속은 초콜릿 크림처럼 부드럽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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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녹차 젤리 위에 얹은 ‘푸아그라 트러플’. 푸아그라 테린을 믹서에 간 뒤 ‘트러플(송로버섯)’ 모양으로 빚고 비스킷 가루를 입혔다.

푸아그라는 두 얼굴을 가진 음식이다. 송로버섯·캐비아(철갑상어 알)와 더불어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개고기와 함께 대표적인 ‘동물 학대’ 음식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푸아그라는 프랑스어로 ‘지방질의 간(Foie Gras)’을 뜻하며, 거위나 오리에게서 얻는다. 도대체 푸아그라의 어떤 맛이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잡는 걸까. 그 답을 얻기 위해 벨기에 셰프 드뷔스트 홀랑(43)을 만났다.

홀랑은 벨기에에서 미슐랭 1스타 식당인 ‘노셈·로항쥬헤 홀랑 드뷔스트’ 등 세 개의 프랑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진행되는 ‘푸아그라 스페셜’ 행사에서 요리 시연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어떤 맛이 푸아그라의 매력인가.

 “부드러운 질감이 푸아그라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겉을 바삭하게 구워도 속은 마치 초콜릿 크림같이 부드럽다.”

 -벨기에 사람들은 푸아그라를 얼마나 자주 먹나.

 “매일 먹지는 못한다. 하지만 손님 초대상이나 특별한 외식 자리에서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샴페인을 마시는 자리에선 늘 푸아그라도 함께 먹는다고 보면 된다.”

 -푸아그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2 오리 한 마리에서 나온 푸아그라. 무게 500g 정도 크기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해야 한다. 이런 원칙은 송로버섯이나 바닷가재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푸아그라는 ‘테린(terrine·찐 고기 요리)’으로 만들어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푸아그라 테린을 만들 때는 혈관을 제거한 푸아그라에 소금·후추 간을 한 뒤 테린 틀에 넣고 빈틈없이 꼭꼭 눌러준다. 간을 하면서 와인을 넣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알코올 성분이 안 들어간 테린을 더 좋아한다. 틀에 넣은 푸아그라를 섭씨 60도 스팀오븐에 넣어 50~55분간 익힌다. 90도 중탕 냄비에 넣어 익혀도 된다. 스팀에 익힌 푸아그라는 얼음물에 식혀 냉장고에서 2~3일 두었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는다. 테린을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먹으면 푸아그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너무 딱딱한 채로 먹으면 무슨 맛인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푸아그라를 혀에 올렸을 때 잘 녹을 수 있도록 적당한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실온에 5분 정도 놔뒀다 먹는 게 좋다. 양도 너무 많이 먹으면 제맛을 못 느낀다. 한 사람이 한 끼에 먹는 푸아그라 양은 60~70g 정도가 적당하다. 푸아그라가 아무리 진미라 하더라도 100g, 200g을 한꺼번에 먹으면 느끼하다.”

3 푸아그라 스테이크. ‘미디엄’ 정도로 구워냈다.

 -푸아그라를 요리할 때 주의점이 있다면.

 “일단 신선한 푸아그라를 골라야 한다. 색은 약간 노르스름하면서 흰빛이 도는 것, 혈관은 너무 많지 않은 것이 좋다. 또 재질에 탄력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눌렀을 때 서서히 튀어올라와야 한다. 유럽에서는 도축한 지 1주일 이내의 냉장 푸아그라를 사용하는 게 기본 원칙인데, 한국에는 냉동 푸아그라만 수입된다고 들었다. 스테이크처럼 잘라놓은 냉동 슬라이스 푸아그라는 조리 전에 절대 해동시키면 안 된다. 냉동 푸아그라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고유의 향이 빠져나가 버린다. 냉동 상태에서 바로 프라이팬에 넣어 조리한다. 구울 땐 겉만 바삭하게 굽고 속은 그저 따뜻해질 정도로만 만드는 게 좋다. 푸아그라를 ‘웰던(well-done)’으로 바싹 구우면 절대 안 된다. 재질이 껌 같아져서 못 먹을 음식이 돼버린다.”

 -푸아그라는 만드는 과정에서 거위·오리에게 과량의 사료를 강제로 먹인다. 그래서 비난하는 사람도, 금지하는 나라도 많다.

 “‘동물복지’ 입장에선 돼지나 소, 생선 등 다른 육류도 똑같은 지적을 받아야 한다. 결국 푸아그라를 먹고 안 먹고는 동물애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오리의 목에 튜브를 꽂아 먹이를 주긴 하지만,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과량의 사료를 강제로 주입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거위·오리에게선 질 좋은 푸아그라가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목사육을 하면서 적정량의 사료를 먹이는 게 최근 트렌드다.”

푸아그라 크로켓을 곁들인 흰콩 스프. 크로켓은 푸아그라와 잘게 다진 오리다리살에 버섯·마늘·파슬리·계란 노른자·치즈 등을 넣고 공 모양으로 빚은 뒤 빵가루를 입혀 튀겨 만들었다.

 -한식과 푸아그라가 조화를 이룰 수 있 나.

 “이번이 최초의 한국 방문인데, 삼겹살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철판에 구워 먹었는데, 푸아그라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아그라를 먼저 구워 먹은 뒤 삼겹살을 구우면, 돼지고기에 푸아그라 기름이 배어들어 맛있을 것 같다. 푸아그라는 중식·일식 등 다른 아시아 음식들에도 썩 잘 어울린다. 특히 오리 가슴살과 푸아그라를 속에 넣어 만든 딤섬은 서양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별미로 꼽힌다.”

푸아그라 밥 요리 ※4인분 기준

푸아그라 비빔밥

재료=푸아그라 슬라이스 200g, 흰 밥 500g, 김치 250g, 간장 100g, 시금치 어린잎 200g, 숙주 또는 콩나물 250g, 계란 노른자 4개

만드는 법=①따뜻한 밥 한 공기를 준비한다. ②소금물에 시금치 어린잎을 살짝 데친 뒤 얼음물에서 재빨리 식힌다. 숙주 또는 콩나물도 데쳐둔다. ③중불에 프라이팬을 달군 뒤 기름은 넣지 않은 상태에서 푸아그라 슬라이스를 굽는다. 한 쪽 면당 30초씩 굽는다. 구운 푸아그라는 기름종이 위에 따로 올려둔다. ④돌솥이나 뚝배기를 달군 뒤 밥과 시금치, 숙주, 송송 썬 김치, 구운 푸아그라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고 뚜껑을 덮어 180도 오븐에서 30분간 굽는다. ⑤계란 노른자와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푸아그라 김밥

재료=푸아그라 슬라이스 200g, ‘야키도리’ 소스(시판소스 사용. 만들 경우 간장·물엿·설탕·맛술을 3:2:1:2의 비율로 섞어 조려서 만듦) 100g, 밥 110g, 다시마 1장, 차조기 잎(깻잎으로 대체 가능) 6장, 식초 약간, 김 2장

만드는 법=①쌀과 다시마, 물 100mL를 냄비에 넣고 30분간 불린 뒤 밥을 한다. ②알루미늄 쟁반에 밥을 최대한 펴주고 식초를 전체적으로 고르게 뿌린다. ③밥이 식는 동안 포크로 밥알을 뒤적여 서로 뭉치지 않도록 한다. 밥이 식었으면 볼에 옮겨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④푸아그라 슬라이스를 센 불에서 양면이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구운 뒤, 야키도리 소스를 바르고 식힌다. ⑤깨끗하고 물기가 없는 곳에 김 한 장을 깔고 밥을 올린다. 김의 상단 약 2㎝ 정도만 남겨둔 채 물기 있는 손으로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약 7㎜ 두께로 평평하게 눌러준다. ⑥밥 위에 차조기 잎 3장을 나란히 깔고 그 위에 푸아그라 슬라이스를 올린 뒤 만다. 완성된 김밥은 2.5㎝ 두께로 자른다. 도움말=조셀린 두미에

(식품회사 ‘루지에’ 요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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