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JYJ 진정한 ‘자유의 몸’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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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송지혜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국내선 “곤란해요” 해외선 “환영해요”…JYJ의 역설-.

 본지 9월 14일자 26면에 실린 3인조 그룹 JYJ 관련 기사 제목이다. 기사 요지는 이랬다. 2004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5인조 동방신기로 데뷔한 김재중·박유천·김준수는 2009년 “계약 기간(13년)이 너무 길어 부당하다”며 SM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소속사를 옮기고 JYJ를 만들어 활동하며 SM과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 법적 분쟁을 이유로 국내 방송사에서 사실상의 출연 거부를 당하자 해외 활로를 뚫고 있다는 것이었다.

 28일 그들을 옥죄고 있던 ‘족쇄’가 3년4개월 만에 풀렸다. SM과 JYJ는 법원의 조정으로 양측 간 체결된 모든 계약을 가처분 신청 일자인 2009년 7월 31일자로 종료하기로 했다. 모든 관련 소송은 취하하고, 향후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JYJ는 SM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가요계에선 JYJ가 지상파 TV에서 활개를 펼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이다. 지난 3년여 동안 JYJ는 음반도 많이 팔고, 인기도 대단했지만 지상파 3사의 가요·예능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박유천은 인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KBS), ‘옥탑방 왕세자’(SBS)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나, 드라마 홍보의 필수 코스인 해당 방송사 예능 프로에도 얼굴을 내밀 수 없었다. 출연이 결정됐다가 번복된 경우도 있었다.

 방송사들이 내세운 명분은 “법정 분쟁 중인 가수를 출연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JYJ 측은 “본안 판결 전까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가처분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며 맞서왔다. 일각에선 방송사들이 대형기획사 SM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법정 분쟁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정 결과는 향후 TV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JYJ가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백창주 대표는 “JYJ의 활동 방해는 법적 문제가 아니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기 때문에 판결 이후에도 활동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조정을 계기로 일부 제약 사례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편성권은 전적으로 해당 방송사와 담당 PD의 권한이다. 하지만 아리송한 이유로 특정 연예인에 대한 차별이 계속된다면, 그 또한 폭력이 아닐까. 이제 분명한 건 방송사들이 예전처럼 ‘법정 분쟁’을 이유로 JYJ를 내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JYJ는 진정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연예산업의 권력구조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