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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붙은 군부·공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쿠데타」의 여신이 가시지 않은 인니사태는 처음 예상한대로 군부와 공산당(PKI)간의 정면대결로 번지고있다. 이런 사태발전을 미리 방지하려고 「수카르노」대통령은 그동안 어느 편에도 깊이 「코미트」하지 않은 채 「나사콤」체제유지에 부심했으나 워낙 그의 영도력이 흔들린 데다가 6명의 장군피살에 따른 군부의 격노로 쌍방의 대결은 불가피하게 된 것 같다.
군부는 「쿠데타」분쇄의 여세를 몰고 천여 명의 공당 핵심분자체포, 30여종의 좌익신문폐간 등 일련의 공당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으며 민족정당과 회교도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군부의 이런 대공 강경정책이 어느 정도 주효한 것 같으며 「자카르타」거리에서 실로 오래간만에 미국만세소리가 들릴 정도로 인니 전국에 일종의 「반공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우익군부가 「퍼스트·라운드」에서는 득점했지만 제2·제3「라운드」대전의 승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일반적인 정평이다.
처음에는 호되게 얻어맞았지만 3백만의 당원과 1천여 만의 「심파」를 갖고 있다는 「아이디트」의 공당이 반드시 「롤백」작전을 기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렇게 될 경우, 인니는 무서운 피바다로 화하여 월남이상의 큰 내란이 장기간 계속될 염려가 짙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것도 국내사태와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앞으로 인니가 대외정책에 있어 어떤 명분을 찾느냐가 큰 문제이다. 알다시피 「수카르노」는 국내적으로 「나사콤」체제를 바탕으로 해서 대외적으로는 나중에 좀 좌경했지만 적극 중립정책을 추구해 왔었다.
이제 대내외적으로 이런 「백본」이 부서진 이상 어떤 새로운 명분이 필요한데 설혹 군부가 일시 집권한다해도 대외정책의 급격한 좌경은 기대할 수 없으며 또한 그것은 타당성도 없다.
군부의 허점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수카르노」가 상당히 거세는 됐지만 아직 집권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좀 시일이 지나 감정이 완화되면 좌익군부나 PKI가 인니를 「부라드·바즈」로부터 막기 위해 다시 「수카르노」밑에 불안한 연립을 꾸밀 가능성이 전무한 것도 아니다. (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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