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납금 인상을 에워싼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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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초·중등학교의 수업료 인상문제를 에워싸고 문교부와 경제기획원 당국자간에 감정적인 응수까지 섞인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어 국민에게 매우 불유쾌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문교 당국자는 교육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미 과 년도부터 실시를 단행한 대학 및 초급대학의 공납금 인상에 뒤이어 이번에는 초·중·고교의 공납금도 내년도부터 약 20%의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왔던 것이다.
문교당국자는 이를 위하여 이미 지난 9월 29일에는 문교부령으로 돼 있는「수업료 및 입학금 징수규정」을 개정 공포하고, 이를 새 학년초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던 것인데, 이에 대하여 우리 나라 예산의 주무 통할관청인 경제기획원은 문교부의 이와 같은 일방적인 처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왔던 것이다.
장기형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의 견해에 의하면, 문교부가 주장하는 교육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만 그 방법으로서는 문교부가 걸핏하면 내세우는「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적절한 재원 염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단 이 공납금 인상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같은 정부 기관 내에서 동일한 안건을 가지고 이토록 정면으로 대립된 견해가, 아무조정도 거치지 않고, 마구 외부에 발표됨으로써 생겨나는 부작용을 먼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공납금 인상만 하더라도, 문교부와 경제기획원 당국자가 취하고 있는 입장에는 제각기 모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기관 내에서 빚어진 이와 같은 혼선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그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학부형들에게 대하여서는 어차피 과중 부담의 굴레가 씌워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반면, 그 밖의 전국민들에게 대하여서는 정부시책에 대한 불신과 회의의 감정만을 더욱 부채질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납금 인상문제에 있어 먼저 우리가 문교 당국자에게 대하여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걸핏하면 내세우기 좋아하는「수익자 부담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초·중등학교의 공납금 인상기도가 교육 재정확보 문제에 있어서의 문교부 당국자의 너무도 안이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문교부는 의무 교육완성 9개년 계획 실시에 따르는 2만개의 부족교실 확보와 교원 처우개선을 위한 재원 염출책으로 당초 내무·재무 및 경제기획원 당국자와 절충하여 서울특별시와 부산시를 포함하는 도시에 한하여, 부동산 취득세의 30%와 자동차세의 50%를 특별 부과세로 과징하여 연간 약 7억원의 재원을 확보하려고 하였던 것이 내무 및 예산당국의 거부로 이 안이 좌절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고식책이라도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문교부의 이와 같은 고식적인 해결방법이 얼마나 안이한 사고방식의 소산인가는 금년도 문교예산중의「입학금 및 수업료 수입」의 총액을 참조해 보면 얼른 납득이 가는 일이다. 즉 대학을 위시로, 초·중·고교 전체를 포함한 국·공립학교 학생이 납부하는 공납금 총액은 작년도에 23억3천9백만여원에 불과한 것인데, 문교부가 이번에 그 총액의 약 20%를 증수한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가 상기의 소요재원 7억원에는 턱도 없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 결과로써 이 공납금 인상이 가난한 학부형들을 괴롭히고 물가앙등의 선도역할 밖에 하는 것이 따로 없다할 때,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겨 볼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경제기획원 당국이 공납금 인상에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취지에 원칙적인 찬의를 표하면서도 시급한 문교부예산의 확보를 위하여 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를 표시해줄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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