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인수위 韓投·大投 매각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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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대투신증권의 매각과 한국투신증권.대한투신증권의 경영정상화 등 투신 문제가 금융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한투증권.대투증권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전환증권사의 부실을 조기에 정리하고 국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또 8일 금융감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수위 관계자는 "한투.대투증권의 잠재부실 규모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등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올해는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증권사의 합병과 투자은행화 등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이제 국내 금융시장의 한단계 발전을 위해선 증권부문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첫걸음은 투신의 정상화"라고 주문한다.

◇정부 구상=그동안 정부는 투신문제를 천수답 농사에 비유해왔다. 주가가 올라 투신사로 돈이 몰리기 전에는 속수무책이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등과 맞물려 "계속 하늘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소리가 정부 안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미국 프루덴셜그룹과 막바지 협상 중인 현투증권 매각 작업이 잘 매듭되면, 뒤이어 한투.대투증권 문제의 해법을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투신증권사는 돈을 넣어 현재의 부실을 털어 깨끗하게 돼야만 매각이 가능하다. 문제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정부가 추가 조성한 공적자금에는 현투증권 매각 때 집어넣을 9천억원이 책정돼 있다. 그러나 한투.대투증권 몫의 공적자금은 없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또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금융의 금융채 발행이나 예금보험공사의 차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줄잡아 1조~2조원은 될 구조조정 자금을 정부의 입김 아래 조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상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라며 야당 등이 거세게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투신의 부실을 증권금융이나 예금보험공사로 고스란히 옮겨놓는 것이란 비판도 예상된다.

한편 정부 일각에선 한투.대투증권에 자금이 투입될 경우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두 투신증권사를 과감하게 합병하는 방안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부실의 뿌리=한국.대한.현대(옛 국민)투신은 1989년까지만 해도 많은 이익을 내던 우량 금융회사였다. 그러나 89년 12월 정부가 증시침체의 방패막이로 이들 투신사를 동원, 2조7천억원어치의 주식을 강제로 사들이게 하면서 일순간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다. 주가하락으로 부실을 키우던 세 투신사는 한국은행의 특융지원과 증시 회복으로 어렵사리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99년 8월 대우그룹이 수십조원의 부실을 남긴 채 쓰러지면서 다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김광기.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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