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브라인 터펠 '가곡 축제'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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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관해서라면 웨일즈 사람들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민족이다.

천사 같은 목소리로 세계를 놀라게 한 꼬마 소프라노 샬럿 처치를 비롯해, 소프라노 레슬리 가렛과 마가렛 프라이스.바리톤 제렌트 에반스 등이 모두 웨일즈 출신이다. 열정의 무대매너로 유명한 팝가수 톰 존스도 이 지역 출신.

웨일즈의 노래전통은 무척 역사가 깊다. 1천3백여년전인 7세기무렵에 이미 해마다 음유시인(바드) 들이 모여 독창과 합창으로 열띤 경연을 벌이는 '에이스테드포드' 가 열렸다. 전국의 가수들에게 등급을 매겨주던 이 대회는 현대에 와서 '노래축제' 정도로 성격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껏 명맥을 잇고 있다.

이런 '바드' 의 후예, 바리톤 브라인 터펠(36.사진) 이 서울에 온다. 오는 10월 11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것. 피아니스트 말콤 마르티노의 반주로 독일.프랑스.영국 가곡과 웨일즈 민요를 부른다.

1989년 카디프 국제성악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바리톤 브라인 터펠도 어릴 때부터 합창단원으로 다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

카디프 콩쿠르에서 러시아 출신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에게 1위를 넘겨줬지만 최근 활동을 보면 순위가 뒤집힌 느낌마저 든다. 터펠은 세계 굴지의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 전속 아티스트로 12년째 활동하면서 8개의 독집 앨범을 비롯, 30여종의 음반을 냈다.

반면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지난해 필립스 레이블에서 '제명' 을 당한 후 최근 미국의 인디 레이블 델로스와 3장의 음반을 내기로 계약한 상태.

터펠의 이번 프로그램에는 슈베르트의 '숭어' 나 슈만의 '두 사람의 척탄병' '헌정' 등 귀에 익은 가곡도 있지만 낯선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베르의 '4편의 돈키호테' 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베이스 피오토르 샬리아핀을 모델로 만든 영화 '돈키호테' (1933년) 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영국 작곡가 제랄드 핀지(1901~56) 의 연가곡 '장미 화환을 씌우자' 는 셰익스피어의 시에 곡을 붙인, 본 윌리엄스의 70회 생일 축하곡이다. 물론 터펠의 피와 영혼에 흐르는 웨일즈 민요도 빠지지 않는다.

터펠은 영국 길드홀 스쿨을 졸업했으며 92년 그라모폰지에서 '올해의 신인 성악가' 로 선정됐다.

피가로.돈조반니.팔슈타프 역으로 단골 출연하고 있으며, 아바도 지휘의 베를린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베토벤 '합창교향곡' 의 독창자로도 활약했다.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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