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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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회문」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시법이 있다. 풍자법에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말을 거꾸로 읽어도 하나의 뜻이 통하도록 만든 글이다. 김삿갓이 「귀락당」이란 점잖은 당호를 지어주어 시골선비를 놀려준 것도 바로 그 회문의 예라 할 수 있다. 「귀락당」을 거꾸로 읽으면 「당락귀」… 즉 당나귀란 뜻이 된다. 현대의 시인 가운데도, 「사회가 회사」이니 「치정」같은 「정치」니 하는 시구를 쓴 일이 있다.「정치」를 거꾸로 읽으면 본래의 뜻과는 아주 다른 「치정」이 되듯이 영어의 회문에도 재미난 것들이 많다. GOD(신)을 거꾸로 쓰면 DOG(견)가 되고 「LIVE」(산다)를 뒤집으면 EVIL(악)이 된다. 같은 글자이지만 그것이 물구나무서면 이렇게 의외의 뜻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시청광장에 세운 「국군의 날」「아치」가 그만 글자가 잘못되어 「군국」이란 회문이 되었다. 뒤늦게 발견하여 바로 고치긴 했다지만, 실수치고는 큰 실수이다. 「국군」이 「군국」이 된 것은 글자만 뒤바뀐 것이 아니라 그 뜻도 정반대이다. 「나라의 군대」와 「군대의 나라」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개념이 다르다. 그리고 한 나라의 비극을 따져 보게되면 대개는 「나라의 군대」가 거꾸로 뒤집혀 「군대의 나라」로 된데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전전의 독일과 이태리,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가 바로 그 좋은 예다. 총부리를 국민에 돌리는 그런 군대가 아니라 오직 나라만을 지키는 군대, 시민의 평화를 위해서 피 흘리는 군대, 그것만이 참된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군대이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국가에서 문민우위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10월1일은 국군의 날. 이 나라에 국군이 창설된지도 어언 열 일곱 돌을 맞이한다. 짧은 역사이기는 하나 국군이 그 동안 쌓아올린 그 힘과 공적은 수세기의 전통을 자랑하는 어떤 나라의 군대에 뒤질 것이 없다. 「국군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또 한번 조국평화의 방패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온 국민의 사랑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나라의 군대」로서, 맡은바 그 힘을 더욱더 자중자애 해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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