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일 협정비준파동과 해석상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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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 협정의 내용을 에워싼 한·일간의 해석상 이견은 이제 본격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우리국회의 의사록전부를 오는 10월 5일에 열리기로 되어 있는 일본의 비준국회 토의에 제시할 것을 요구한 야당 측 주장을 일본정부측이 받아들임으로써 그러한 가능성은 급격하게 짙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정부는 의사록 인도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당초부터 한·일 협정의 내용은 그 기본적 성격을 차치하고라도 몇 가지 점에 있어서 서로 그 해석이 엇갈리지 않을 수 없는 이견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한 여지는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각각 부딪치고있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서로가 의식적으로 남겨 놓았던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니 만큼 어느 때엔 가는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일본의 국회가 이를 심의할 때, 일본 야당 측의 강인한 추궁 때문에 심상치 않은 물의가 한번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었던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자 일본의 야당은 예상됐던 쟁점을 들고나섰다.
야당 측에 의한 일본에 있어서의 한·일 협정비준 반대투쟁은 내월 중순이 「피크」로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현금 물고 늘어지고 있는 쟁점들 중 협정자체에 관한 것을 간추리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중 특히 제3조에 있어서의 관할권의 문제이다. 우리정부의 관할권이 휴전선 이남에만 국한된다는 이 문제는 특히 일본의 여·야 의견이 일치되고 있으니 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충분히 충격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어업에 관한 협정」에 있어서의 평화선의 존폐문제이다. 평화선은 존속한다는 우리측과 그것은 이미 소멸한 것이라고 보는 일본측 해석사이에 파고드는 반대당들의 공세 또한 녹녹치 않는 파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셋째는 독도문제이다. 독도가 우리에게 명백히 귀속된 것이라고 밝혔던 우리정부와, 최근 「독도는 일본영토」이며 앞으로의 외교교섭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뜻밖의 좌등 발언에 비추어 이 문제 역시 심각한 논란거리가 된 듯 하다. 그밖에「일본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법적 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가운데서도 난점은 있다.
어쩌면 그 동안 평행선을 그리는 듯 했던 해석상의 차이는 이제 일본의 비준국회개막이 박두했고 반대의 전진이 강화됨으로써 이 이상 더 자기편의를 좇는 안이한 해석이나 해석의 기피를 불허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우기 이 불안한 회오리의 여세가 이동하는 「태풍의 눈」처럼 곧 한반도를 엄습할지도 모르는 오늘에 있어서 무책임은 공연한 풍파를 부가시킬 따름일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외무당국이 지난날과 같은 한때의 호도방식으로 이 바람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사태의 악화를 부채질하듯 불용의(?)하게 던져진 좌등 발언으로 미루어 외무당국이 의연한 자세와 명확한 입장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할 수밖에 없다.
마치 한·일 협정이 두개의 얼굴을 가진 양 일본의 설명이 다르고 한국의 해석이 달랐던 그러한 미봉으로 국민의 감정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것 같은 시기는 분명히 지났다. 분칠한 정책설명을 국민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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