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훈련도 IT로 '강의실서 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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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육군 포병학교 강의실. 적군의 위치를 관측해 거리 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포 사격 명령을 내려보는 ''실습'' 시간이다.

강의실 앞 대형 화면에 전방 지형이 그대로 비친다. 굉음이 들리고, 화면에 작은 점이 나타난다. 교육을 받는 군인들이 책상 앞의 특수 쌍안경을 들어 점을 주시하면 적군의 전차와 보병이 움직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를 보고 거리와 각도 등을 추정해 포 사격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가 가상의 대포를 쏜다. ''피융~'' 포탄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쾅'' 하는 폭발소리와 함께 화면의 한 점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그러나 적 전차는 끄떡없다. 거리 측정을 잘못해 포탄이 빗나갔다. "똑바로 못합니까. " "잘 할 수 있습니다. " 측정을 다시 하고 발사했다. 이번엔 명중! 포병학교가 최근 도입한 포술 훈련 장면이다.

정보통신기술이 군사훈련을 바꾸고 있다. 전장의 상황을 컴퓨터에 재현해 놓고 가상의 훈련을 하는 시뮬레이터 훈련이 야전 훈련을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시뮬레이터는 오락실의 첨단 게임기처럼 전차.전투기의 조종석을 똑같이 꾸며 놓고, 모니터에 우리 전방 지형 등을 옮겨 놓은 3차원 영상이 펼쳐지도록 해 조종과 전투를 실상황에서처럼 해볼 수 있도록 한 장치. 우선 시뮬레이터로 전차 운전 등 각종 장비의 조종법을 익힌 뒤 실제 장비를 다루고, 그 뒤 수시로 시뮬레이터 훈련을 하며 조종 감각을 쌓는 식으로 훈련을 한다.

육군은 전차.지대공 미사일 등 10여종에 대해 시뮬레이터 훈련을 하고 있으며 공군은 F-16 등의 시뮬레이터 훈련장치 10여대를 갖추고 있다. 시뮬레이터 훈련은 연료.포탄 등 야전 훈련에 필요한 경비를 절감시키고, 교전 등 실제로는 불가능한 상황 훈련을 할 수 있는데다 안전사고로부터도 ''열외'' 여서 육.공군 모두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육군은 서바이벌 게임을 응용한 보병 전투 훈련장도 꾸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의 공군 제○○전투비행단에는 지름 12m의 커다란 공처럼 생긴 시설이 있다. 최첨단 F-16 시뮬레이터다. 여기서는 전투기 조종과 더불어 실제 훈련이 불가능한 공대공 전투 및 폭격 훈련까지 한다.

이 부대 송영근(36)소령은 "시뮬레이터로 기초 조종훈련을 마치면, 실제 전투기 조종을 다섯번은 해봐야 익힐 수 있는 조종술을 두세번만 출격해도 마스터한다" 고 효과를 설명했다.

시뮬레이터는 최근 3차원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훈련효과가 높아졌다. 전차 시뮬레이터의 경우 운전을 하면 모니터에 3차원 영상이 펼쳐지는데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 나오면 시뮬레이터 조종석이 뒤로 누워 실제 운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눈이 오는 상황을 설정하면 운전 중 눈길에 미끄러지는 상황도 현실과 똑같이 체험할 수 있다.

군의 IT 훈련장비는 대부분 수입품이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도 이를 개발해 군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 실제 지형을 3차원 동영상으로 펼쳐지게 하는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1백% 우리 것이다. 전투비행단 내에는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있으며, 포병학교는 민간업체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고 지적재산권까지 등록했다. 강광석(육군 소장)포병학교장은 "지난 5월 미국의 군 시뮬레이터 훈련을 보고 왔는데, 모니터에 우리처럼 실제 지형을 옮겨 놓은 영상이 아니라 지도가 나타나는 정도라 현실감이 훨씬 덜했다" 며 "우리 기술을 수출할 가능성도 크다" 고 말했다.

장성.서산〓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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