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금융고객 40% “인터넷 뱅킹? 골치 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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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터넷 뱅킹? 난 컴맹이야. 골치 아파. 인터넷 안 배워.”

 온라인 금융거래를 하느냐고 묻자 남영언(73·서울 공덕동)씨한테서 돌아온 답이다. 부부 모두 교사 출신인 이상호(64·서울 천호동)씨도 “웬만한 공과금은 다 자동이체를 해놓았다”며 “인터넷 뱅킹은커녕 은행 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60세 이상 은행·보험·증권사 고객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열 명 중 네 명은 남씨나 이씨처럼 온라인 거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노인들이 온라인 금융거래를 꺼리는 이유는 귀찮고 어려워서다. 이번 조사 결과 대부분의 노인들이 ▶단계가 복잡해 거래를 끝까지 마치기 어렵다(26%)거나 ▶아이디·패스워드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22%)며 온라인 뱅킹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스스로 컴맹(24%)이라거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다(10%)’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 장벽에 막히면 다양한 정보를 놓쳐 손해를 보기 쉽다. 특히 금융거래는 그렇다. 일부 펀드는 똑같은 구조라도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수수료가 더 싸다. 예금도 온라인으로 거래하면 금리를 더 쳐주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거래를 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혜택들이다. 조작 미숙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황우경 한국거래소 분쟁조정팀장은 “고령자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이 늘어나면서 조작 미숙에 따른 주문 실수도 많다”며 “전산장애라고 주장하는데 확인해 보면 대부분 본인 실수”라고 말했다.

 컴퓨터에 능해 온라인 금융거래에 익숙한 고령층도 금융지식이나 정보에는 어두운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신모(69·여·서울 도화동)씨가 그런 경우다. 신씨는 “학교에서 수업을 다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컴퓨터 전문가”라며 “난 다른 노인네들하고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신씨도 본인 자산 규모에 맞는 금융상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투자 지식은 거의 없었다. 신씨는 “평생 예금만 했다”며 “가끔 주식투자 등을 생각해 봤지만 손해 볼까 두려워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혜리·김수연·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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