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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중심' 우리도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리.경제적 이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나라가 많다.

북유럽의 관문인 네덜란드는 면적 41만㎢, 인구 1천5백만명의 소국(小國)이지만 지난 20여년간 로테르담항과 스키폴공항, 열린 제도를 이용해 세계 유수기업의 물류중심센터로 부상했다.

남.북 유럽의 연결점인 스위스는 유럽 육상교통의 중심지라는 이점을 활용해 컨벤션.금융 등 고부가가치 3차 산업의 메카가 됐다. 더불어 험준한 알프스산맥 자연경관을 자원으로 한 관광산업 국가이기도 하다.

아시아엔 싱가포르.홍콩이 있다. 2백년 전만 해도 쓸모없는 땅이었던 싱가포르는 이제 동남아권 무역.금융의 중심지로 부동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엔 싱가포르의 자본과 경영기법, 조호르(말레이시아).바탐(인도네시아)의 토지, 노동력, 천연자원 등을 연계해 3국간 산업협동을 증진시키는 성장 삼각지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홍콩도 유럽.미주지역과 중국대륙의 연결점 역할을 아직 잃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리.경제적 이점은 그들에 비해 전혀 뒤질 게 없다. 바로 옆의 중국 동북부, 일본의 인구만도 5억명이 넘는다. 러시아.북한까지 합하면 배후지는 훨씬 커진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먹고 놀고 장사하는 '경제사랑방' 만 열면 된다.

이미 하드웨어는 웬만큼 준비됐다. 영종도에 대규모 국제공항을 개항했고, 유럽~미주간 주통로(trunk line)에 부산.광양항을 열어놓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우리나라를 목적지로 하는 것보다 중국.일본으로 옮겨 싣는 환적 갯수가 더 많은 상태다. 시베리아를 횡단해 중앙아시아.유럽으로 가는 철도의 시발점도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항공.해운.철도 등 모든 국제교통수단의 결절점인 셈이다.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우리는 네덜란드.싱가포르에 비해 정부 정책의 투명성, 노동시장 불안, 무역자유화 수준이 뒤떨어진다. 정부.기업가.노동자의 개방.포용적 사고가 관건인 셈이다.

네덜란드도 한때는 재정적자.고실업.높은 세금부담으로 산업경쟁력이 극도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1983년 역사적인 노사정 타협으로 고질병(Dutch Disease)을 극복하고 급진적이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충돌보다는 대화로, 범정파적 지지로 네덜란드는 획기적으로 변했다. 개방적.기업친화적인 정책기조를 통해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은 특화해 집중 발전시키는 한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분야는 외국기업에 대담하게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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