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정답, 내가 만드는 것이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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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상류사회’ 녹화 현장에서 만난 이수근(오른쪽)과 김병만. 지난 1년간 시청자를 즐겁게 해온 그들은 이날도 유쾌한 듀엣의 면모를 보여줬다. [양광삼 기자]

개그계의 소문난 친구인 김병만·이수근. 서른일곱 동갑내기인 그들이 펜트하우스라 불리는 옥탑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JTBC 예능프로 ‘이수근 김병만의 상류사회’가 방영 1년을 맞았다. 특히 지난 9월 아이돌 스타들을 초대하는 ‘시즌2’에 접어들면서 해외팬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엠블랙·인피니트·시크릿 등이 그간 옥탑방을 찾은 아이돌 그룹들. ‘원조 아이돌’ 은지원도 얼굴을 내밀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옥탑방 촬영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시즌 1에서는 타잔 옷차림을 하고 시청자가 보내주는 택배선물만으로 생활했던 그들이다. 정상급 스타임에도 웃음을 위해선 온갖 ‘몸 고생’을 했던 그들의 속내를 들었다.

 이수근이 대뜸 즐거운 불만을 터뜨렸다. “상류생활이 뭔지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출연 제의를 했는데, 완전 속았다. 겨울에 얼음물에 들어가고 타잔 의상에 명품 스타킹만 입고 생활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만도 “가발을 물에 씻고 털자마자 바로 얼어붙는 추위에 촬영했는데, PD님은 패딩 점퍼를 여러 겹 입고 있었다. 제작진이 정말 독하다. 재미있게 잘 나올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지켜본다”고 폭로(?)했다.

 -‘시즌1’의 타잔 복장은 어땠나.

 이수근=가슴도 처지고 배도 나오고 멋진 몸도 아닌데 매일 벗고 나와서 민망했다. 병만이도 근육은 있지만 좋은 몸이 아니다. 요즘엔 옷을 입고 나와서 다행이다.

 -기억에 남는 택배가 있다면.

 수근=배우 김정은씨와 심혜진씨가 초반에 택배를 보내줬다. 김종민씨는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을 보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보냈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웃음) 몇 천 만원짜리 그림도 받아봤고, 20돈 금 목걸이도 받았다. 크레인까지 동원해서 오토바이를 보내주셨을 땐 너무 얼떨떨했다. 음식점을 하는 것도 아닌데 과메기와 대게를 보내준 분도 있었다.

 -친구끼리 프로그램을 하니 어떤가.

 수근=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고, 리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서로 바빠지면서 몇 년 동안은 일주일에 한번 보는 것도 힘들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자주 볼 수 있으니 너무 좋고, 시즌2부터는 아예 한 방에서 지내니까 더 편하다. 요즘은 촬영장에 오자마자 내 집처럼 자연스럽게 라면을 끓여먹는다. 졸릴 땐 잔다. 병만이랑 사적인 대화도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많이 나눈다.

 김병만=예전엔 예능에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쉴 틈 없이 말해야 된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예능의 정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경험 많은 수근이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줄 생각인지.

 병만=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이동식 옥탑방을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상류생활을 전혀 모르는 나랑 수근이가 실제 상류생활을 체험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을 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회장님이나 사모님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것도 웃길 것 같다.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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