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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세율 적용대상 5년전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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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봉급생활자들은 6조5천1백88억원의 근로소득세를 냈다.

1999년보다 32% 많은 액수다.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경제성장률(8.8%)과 임금상승률(8%)의 네배 수준이다. 전체 국세 증가율이 22%인데 비해 지난해 근로소득세 징수 규모는 1년 전보다 32%, 그해 예산에서 잡은 예상액보다 56% 불어났다.

정부가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제 한도를 9백만원에서 1천2백만원으로 높였고 신용카드 사용액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그 결과 구간별 평균 세부담은 낮아졌다. 월 2백만원 이하 봉급생활자의 경우 연간 세금이 99년 1백24만원에서 2000년 71만원으로 줄었다. 월 2백만~4백만원인 경우 1백48만원에서 1백34만원으로 낮아졌다. 월급이 4백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1천36만원에서 9백4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로소득세 총액을 근로자수로 나눈 것이며, 월급이 오른 개별 봉급생활자 입장에선 세금이 달라진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이 오르고, 연봉제와 성과급제 등 새로운 임금체계가 적용되는데 근로소득세 징수 제도는 그대로여서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 근로소득세 체계의 함정=현행 근로소득세 과세 체계는 4단계로 돼 있다. 소득에서 각종 공제를 빼고 실제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1천만원 이하면 10%(1백만원)▶1천만~4천만원 20%(6백만원)▶4천만~8천만원 30%(9백만원)▶8천만원 초과 40%다.

때문에 구간마다 적용하는 세율을 낮추거나 공제를 늘렸다고 해도 봉급이 오르면서 과세표준이 높아져 적용받는 세율이 높아지면 각종 경감대책의 혜택을 못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같은 과세표준은 96년에 만들어진 그대로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산업현장에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봉급 계산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실적에 따라 거액의 성과급이 붙기도 하고, 임원급에겐 본인이 세금 한푼 안내고 쓸 수 있던 판공비와 기밀비가 연봉에 포함돼 지급되기 시작했다.

월급 봉투에 찍히는 소득은 큰 폭으로 오른 고액소득자가 속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연봉 5천만원 이상 근로자들이 내는 근소세가 근소세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이상 증가했다.

◇ 경영자단체까지 가세한 근로소득세 개편 요구=경영자총협회나 대한상의 등 재계가 근로자의 관심사인 과세표준을 높이라고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어지간히 봉급을 올려도 잘못된 근소세 체계 때문에 실제로 근로자가 가져가는 돈은 별 차이가 없어 임금인상 요구의 원인이 된다" 고 지적했다.

경총은 "상당수 기업들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고, 특히 반도체.통신서비스업의 경우 높은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많아졌다" 고 분석했다.

경총은 특히 현행 과세표준액이 96년 이후 바뀌지 않는 바람에 실제론 적용되는 세율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연평균 7%로 임금이 올랐다면 96년 당시 5천만원이었던 연봉은 2000년에 약 8천만원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최고세율(40%)이 매겨지는 근로자 비율은 96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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