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풀어보는 한여름에 생긴 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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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왜 맛있는지, 롤러코스터는 왜 계속 타고 싶은지, 정체된 도로가 갑자기 뚫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더운 여름에 한번쯤 가져보았을 의문들을 과학이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 Sand: Building a Castle in the Sky
    조각가들의 모래성 쌓기

    오는 9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州의 해리슨 핫 스프링스에서는 2001년 세계 모래조각 챔피언십이 열린다. 모래조각 달인들이 그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모래 알갱이 때문이다. 대회 총책임자인 밥 벨은 “그곳의 모래 알갱이는 모가 나 있다. 해안가의 모래와는 달리 파도에 깎여 동그래지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모가 났다는 것은 접착성이 강하다는 의미다.

    미국의 플로리다와 하와이 해변도 모난 모래 알갱이로 유명하다. 대부분은 산호나 조개 껍데기가 부서진 것이나 용암의 결정체들이다. 그러나 플로리다 이북의 대서양 연안과 캘리포니아 해변의 모래는 내륙 산지에서 흘러나온 석영 퇴적물이다. 대개 개울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거친 모서리가 닳아 동그래진다.

    모래가 조각의 재료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물과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터데임大 물리학자 피터 시퍼는 물이 모래 알갱이 사이에서 모세관 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드렉셀大 지질학자 케네스 라코바라는 모래 알갱이가 너무 둥글면 알갱이들 사이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 알갱이들을 밀어내게 된다고 말했다.

    알갱이들이 모가 날수록 마찰이 심해지고 모세관 작용도 강해진다. 모래 조각은 물기가 다 마른 뒤에도 형상을 그대로 유지한다. 소금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소금 결정체들이 사이사이에 남아 모래 알갱이들을 이어주기 때문이다.

  • Taste: We All Scream for Ice Cream
    양전하가 미각세포를 자극

    인간은 5가지 맛만 느낄 수 있다. 단맛·신맛·짠맛·쓴맛·우마미(일종의 고기맛, 파머산 치즈 같은 종류의 맛)가 그것이다. 맛을 느끼게 하는 혀는 미유두라고 하는 돌기로 덮여 있다. 돌기 하나에는 양파 모양의 세포인 맛 봉우리들이 50∼1백개 정도가 있다. 맛 봉우리가 많을수록 맛에 더욱 민감해진다. 독이 있거나 상한 것에서는 쓴맛이 난다. 단맛은 인체의 연료인 탄수화물에서 난다.

    그래서 우리는 케이크·솜사탕·프로즌 초콜릿 바나나 같은 군것질을 좋아하도록 진화됐다. ‘좋은 맛’이라는 일본어에서 나온 우마미는 조미료인 글루타민 소다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글루탄산염의 맛이다. 글루타민은 세포와 신경 사이의 신호전달에 사용되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조미료가 음식 맛을 더 좋게 하는 이유는 미각세포에 글루탄산염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쓴맛과 단맛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짠맛과 신맛은 전하를 띤 입자인 이온을 통해 느껴진다. 짠 음식의 나트륨 이온과 레몬 같은 신 음식의 수소 이온이 미각 세포막에 나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냄새는 맛을 느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구멍 뒤를 통해 코로 올라오는 음식물 속의 화학물질이 나타내는 비후방(鼻後方) 후각은 말 그대로 인생의 향신료다. 나이가 들면 후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맛도 젊을 때처럼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특정한 맛을 느끼는 맛 봉우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단맛은 혀끝에서, 쓴맛은 혀뿌리 부분에서 느낀다고 나와 있는 모든 교과서의 혀 지도는 19세기 독일 연구자의 실험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 Views: Why Scenery Makes Us Happy
    안도감주는 ‘전망 좋은 방’

    여름 휴양지의 별장 임대료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전망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나 과학자들이 잘 알고 있듯이 ‘좋은 전망’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어떤 문화권이든 완벽한 풍경은 완만한 푸른 언덕과 작은 숲, 그리고 잘 정리된 잔디로 구성된다.

    수백만년 전 인간이 바로 그런 환경(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진화했다는 사실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텍사스 A&M大의 심리학자 로저 얼리치는 “그런 풍경은 식량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침략자와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안도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것은 모두가 원하는 여름철 휴양지 필수요건과도 일치한다.

    정글이나 사막 등의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하는 사람도 많지만 예로부터 인간은 사바나 같은 풍광에 편안함을 느껴 왔다. 1969년 풍경 선호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레이철과 스티븐 캐플런 부부는 사람들이 ‘신비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굽이진 길이나 숲덤불 등 탐구심을 유발하는 풍경을 좋아하는 것이다. 생명체가 있고 아담한 풍경도 매력을 준다. 거대한 산맥의 풍광도 찬사를 자아내겠지만 앞뜰에서 아기 사슴이 뛰놀고 있는 별장이라면 두둑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Roller Coasters: Thrills and Chills
    롤러코스터에도 중독성 있다

    롤러코스터에 중독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하이오州 샌더스카이에 있는 밀레니엄 포스 라이드처럼 심장을 멎게 할 만한 스릴을 주는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그 생리적인 효과 가운데는 코카인 투여시의 효과와 맞먹는 것도 포함된다.

    트랙 최고 높이가 93m로 최초로 90m 벽을 깬 그 롤러코스터는 탑승자들을 시속 1백48km로 80도 경사 아래로 떨어뜨린다. 하강하는 동안 뇌에는 신경화학물질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탑승자들에게 마약을 투약했을 때와 같은 쾌감을 느끼게 한다.

    롤러코스터는 뇌와 신체를 급격히 변화시킨다. 속도와 급커브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급격히 분비되면서 심장 맥박이 빨라지고 흥분이 고조된다. 가속 때문에 몸은 압력을 받고 눈은 쑥 들어가게 되며 허리선은 부풀게 된다.

    급강하나 회전 때의 속력과 반경범위로 인해 발생하는 원심력은 중력의 5배에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5kg의 머리가 27kg처럼 느껴지며, 5배의 중력이 4초 이상 지속되면 심장이 혈액을 뇌에 공급할 수 없게 돼 의식을 잃게 된다.

    롤러코스터가 양옆으로 흔들리게 하는 측면 압력은 놀이기구 타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유타州 소재 롤러코스터 안전검사 회사인 GMH 엔지니어링의 존 고든은 측면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브의 트랙을 경사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휠의 균형이 잘 안맞거나 트랙에 결함이 있어도 측면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가 최고 높이에 도달했다가 낙하할 때는 좌석에서 벗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럴 때는 몸이 날아갈 듯한 스릴도 있지만 점심 먹은 것이 올라올 것 같은 울렁거림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 Baseball: The Crack(Or Thunk) of the Bat
    배트에 공이 맞았을 때

    야구 경기 중 공이 배트에 맞을 때 나는 날카로운 ‘딱’ 소리는 무엇보다 팬들을 흥분시킨다. 그러나 외야수에게는 그 소리가 악몽이다. 외야 펜스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탁’하는 둔한 마찰음은 짧은 플라이볼이니 앞으로 달려 들어오라는 신호다.

    공이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보통 5초 안쪽이기 때문에 타격음은 외야수가 공의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기에 앞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타구가 외야 90m 지점에 위치한 중견수 쪽으로 날아간다면, 수비수 15m 전방에 떨어지는 데 5초 걸리는 타구의 처음 2초간은 수비수 뒤쪽 15m 지점에 낙하하는 데 4.3초 걸리는 타구, 그리고 제자리에 서 있는 수비수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는 데 4.6초 걸리는 타구와 거의 동일한 궤도를 그린다.

    예일大 로버트 어데어 교수는 “외야수가 타구의 방향을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는 거의 2초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2초라면 플라이 아웃과 안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나무 배트는 거의 어느 곳에 맞든 기본적으로 초당 1백70사이클의 빈도로 진동한다. 어데어는 “진동하는 동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말했다. 그런 진동은 배트에서 공으로 전달되는 힘을 약화시키면서 둔한 소리를 만든다. 구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의 소리다.

    그러나 타구가 가장 멀리 나가는 ‘스위트 스팟’에 공이 맞으면 배트는 거의 진동하지 않는다. 배트에서는 그 지점을 정지점(노드)이라고 부른다. 배트의 이상적인 타격점은 세개의 정지점이 만나는, 배트의 가장 두터운 부분이라고 어데어는 결론짓는다. 시속 1백10km의 배트 스피드와 1백40km의 투구가 정지점 근처에서 만나면 1백20m를 날아가는 홈런타구가 된다. 손잡이로부터 10cm 떨어진 지점에 맞은 공은 90m를 날아가는 잡기 쉬운 플라이볼이 될 것이다.

  • Traffic: Stuck in The Madding Crowd
    막힌 도로가 갑자기 뚫린다

    교통체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진입로 병목현상, 차선을 가로막는 사고, 교통흐름을 저해하는 서행차량 등이 거론되지만 뭔가 부족한 듯하다. 그것으로는 휴가철 해변가로 향하는 도로에서 정체가 수km에 걸쳐 계속되다가 어떻게 갑자기 도로가 뻥 뚫리는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물리학자들은 교통흐름을 ‘비선형’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도로상의 사소한 장애가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정체로 확대된다는 의미다. 그 원리는 이렇다. 도로의 저 앞쪽(전문용어로 ‘하류’)에서 서행차량이 빠르게 진행하는 추월차선으로 끼어든다.

    그 뒤의 고속차량은 가속페달의 압력을 약간 늦추지만 그 뒤의 차량은 더 민감하게 반응해 브레이크를 밟는다. 머지않아 감속의 충격파가 상류쪽으로 퍼져간다. 추월차선의 차간거리가 줄어들고 옆차선들도 간격이 메워지기 시작한다. 그 충격파는 상류로 갈수록 더 넓게 빨리 확산되다가 결국에는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다.

    소통이 원활하던 도로가 정체구간으로 바뀌는 것은 액체가 고체로 바뀌는 과정과 흡사하다. 모든 차량이 앞차와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면서 속도를 약간 낮춘다면(급작스런 차선변경 없이) 모두가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Kenneth L. Woodwar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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