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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족 늘고, 온라인 소개팅업체에 고객 뺏기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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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호 07면

#장면1. “결혼정보회사에서 의사를 소개시켜 준다기에 고가 상품에 가입했어요. 가입 후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약속이 잡혀 미장원에서 머리까지 했는데 취소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다음에 다른 의사와 통화가 됐는데, 평일 밤 9시에나 가능하다고 하대요. 맞선을 밤 9시에 보다니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회사에서는 의사 말고 변호사와 선을 보라고 했어요. 가입 후 다섯 달 동안 2명, 의사는 만나지도 못했고. 화가 나 환불을 요구했더니 다른 커플 매니저로 바꾸면 안 되겠느냐며 환불도 미루고….”

결혼정보회사 줄도산, 왜?

한 포털의 ‘결혼정보회사 피해자 모임’에 올라온 글이다.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소비자 불만 사례에는 결혼정보회사의 여러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적지 않은 돈을 먼저 가입비로 낸 뒤 결혼정보회사의 서비스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을’이 된 소비자의 입장, 조건에 맞는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 만남이 결혼으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문제, 환불이나 계약 변경의 현실적 어려움 등이다.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그동안 증폭돼 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 2408건이던 소비자 불만은 2011년 2835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 말 현재 2071건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5% 늘어난 수치다.

#장면2. 2010년 5월 창업한 이음소시어스는 대표적인 국내 ‘소셜 데이팅’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남녀 간 만남을 연결해 준다. 회원 수 증가세는 놀랍다. 창업 당시 3만 명 남짓하던 회원 수가 1년 만에 10만 명을 넘었고, 올 7월 30만 명, 8월 40만 명을 돌파하더니 지난 23일 현재 55만 명을 기록했다. 기존 오프라인 결혼정보회사 회원 수가 많아야 2만~3만 명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팽창세다.

박희은 대표는 “요즘 젊은 세대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만남과 연애의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평했다.

상대방의 정보를 탐색하다가 만남을 원할 경우 3300원의 ‘OK쿠폰’을 구입하면 상대방의 연락처 등을 알 수 있게 돼 있다. 이 회사는 월평균 4억원씩, 올해 적어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한다. 이음은 결혼정보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비슷한 연령층을 고객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잠식 속도는 무섭다. 이음의 매출 규모는 기존 결혼정보회사들을 포함해 10위권 이내에 든다.

“업계 2위 업체까지 법정관리 신청”
결혼정보업계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업계 내·외부에서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우선 저출산 여파로 잠재 고객인 젊은 층 인구가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4세 인구는 2003년 1237만여 명에서 2010년 1066만여 명까지 줄었다.

게다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결혼을 늦게 하거나 기피하는 풍조도 결혼정보회사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이음소시어스의 김미경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약하다”며 “때가 되면 결혼하겠다는 인식보다 좋은 사람 만나 연애를 하다가 정말 좋으면 결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초혼 연령은 2011년 31.9세(남성), 29.1세(여성)로 1990년에 비해 4년이나 늦어졌다.

결혼 건수 감소도 두드러진다. 90년만 해도 40만4391쌍이 결혼했지만, 지난해에는 32만9087쌍으로 줄었다. 2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결혼시장의 여건은 이처럼 악화일로인데 업체 수는 매년 늘어 과열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09년 671개였던 업체 수는 2010년 886개, 2011년 1050개로 급증했다. 결혼정보업계의 시장 규모는 올해 1341억원으로 추정된다. 한 중견 결혼정보업체 임원은 “회원 가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마케팅 비용은 치솟는데 실적은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매칭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사업방식을 고수하던 결혼정보회사들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다 세계적 불황의 파고가 덮치면서 결혼정보회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주요 업체들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업체 수의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1054개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10위권 업체였던 웨디안이 지난해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레드힐스가 폐업했다. 각각 손숙·선우용녀씨 등 유명인들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왔던 업체들이다. 급기야 지난 10월에는 업계 2위였던 선우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인 듀오의 사정도 편하지 않다. 매출액은 늘고 있다지만 지난해의 경우 영업 이익은 16억원으로, 전년도 33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입 권유 때와 달리 재혼남 소개해 줘”
일각에서는 결혼정보업계의 최근 불황이 기존의 사업 방식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회비를 선납으로 받는 기존 사업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납 회원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이런 모델은 회원 수가 계속 늘어날 땐 문제가 없지만, 회원 수 증가가 정체되면 쉽게 어려움을 겪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사업 구조 속에서는 회원 수 모집 등 사업성이 조금만 위축돼도 서비스의 질이 영향을 받는다. 올해 초 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던 여성 A씨(41)는 “상담할 때에는 교수·연구원 등 좋은 짝이 있다며 가입을 권유하더니 막상 회원이 되자 재혼남 등 약속과 전혀 다른 상대만 권했다”며 “환불을 요청하고 하루에 수십 번을 전화한 끝에 3개월 만에 100만 원을 떼인 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결혼정보업체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자존심까지 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납 회원비 제도의 맹점은 일단 회비를 내고 나면 ‘갑’이어야 할 소비자들이 ‘을’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구조보다 일시적인 불황 탓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듀오의 형남규 상담·관리 총괄본부장은 “최근 수년간 워낙 가파르게 성장해 온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일 뿐이며 시장 수요는 여전히 크다”는 입장이다.
형 본부장은 “사원들의 결혼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들과 직접 제휴해 신규 회원을 끌어들이는 한편 웨딩 컨설팅이나 각종 교육사업 등 다각화를 통해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업체 엔노블의 한기열 부대표는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소수의 VIP 고객을 상대로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모바일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파티 문화 등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추는 등 차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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