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의 그늘…각종 대형 시설 경매물건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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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8층 높이 휴웰요양병원이 있습니다. 양방과 한방 협진 병원으로 안산에서는 꽤 알려진 곳이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경기도 지역 30위권의 탄탄한 병원으로 선정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 병원이 오는 12월24일 안산지방법원에서 경매 처분된다네요. 2008년 건물을 지을 때 빌린 돈 이자를 해결하지 못했나 봅니다. 감정가 145억원5245만원으로 이미 한차례 유찰돼 101억8672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됩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매시장에 병원, 종교시설, 장례식장 등 대형시설 경매물건이 늘어나네요. 경매물건이 많아지면서 감정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낙찰되는 물건도 많습니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종교시설(교회, 사찰 등)은 272건으로 작년(251건)에 비해 10% 증가했습니다. 아직 12월이 남아 지금 추세라면 올해 300개 이상 종교시설이 경매에 부쳐질 전망입니다.

병원 등 의료시설 경매는 지난해(82건) 보다 50% 늘어난 123건 진행됐습니다. 장례식장도 올해 27건 경매 처분돼 지난해(19건) 보다 8건 증가했습니다.

의료시설이나 종교시설, 장례시설은 좀처럼 경매에 등장하지 않는 시설입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병원이나 종교단체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나 봅니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소장은 “경기 침체기엔 의료시설이나 종교시설, 문화시설 등 대형 시설 경매물건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무리한 대출로 증축, 신축한 곳 많아

요즘 경매에 부쳐지는 대형시설 가운데는 지난 2000년 대 중후반 부동산 활황 때 대출을 받아 건물을 증축했거나 신축한 시설들이 많습니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를 늘렸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겁니다.

예를들어 지난달 25일 경매를 진행한 남양주 진접읍 장현리 266.99㎡ 교회는 2008년 제2금융권에서 6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신축했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이날 감정가(8억2294만원)의 45.1%인 3억7122만원에 낙찰됐네요.

경매 물건이 늘어났지만 낙찰을 받는 사람들은 많지 않네요.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건수)은 높지 않습니다. 종교시설은 15.02%, 의료시설은 14.63%, 장례식장은 25.93%에 불과합니다. 10건 경매에 나오면 1~2건 정도만 주인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낮은 편입니다. 응찰자들이 굳이 무리해서 입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교시설 낙찰가율은 59.64%, 의료시설은 73.35%, 장례식장은 64.35%입니다.

지난 20일 인천27계에서 경매된 강화군 내가면 오상리 107㎡ 교회는 감정가(10억5만원)의 46.4%인 4억6339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지난 20일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감정가 68억5634만원 남강병원은 44억원에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64%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시설을 입찰할 때 주의점이 많다고 합니다. 다른 용도로 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네요.

부동산태인 박종보 연구원은 말합니다. “낙찰후 활용방안을 확실히 세워야 합니다. 용도변경을 원한다면 가능성 여부를 지자체에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유찰이 여러번 돼 얼핏 싸게 보일 수 있지만 활용하지 못한다면 계륵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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