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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셀러를 만나다] 벤틀리 서울 우승철 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5면

지난 15일 청담동 벤틀리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우승철 과장은 “고객에게 실수하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명차인 벤틀리. ‘회장님 차’로 불린다.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공급량이 적다. 주문을 해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대당 가격도 2억~3억원이다. 한국에선 3대 명차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지난 10월 기준 102대를 기록했다. 실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원을 청담동 벤틀리 서울 전시장에서 만났다.

“비결은 따로 없다. 고객에게 절대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벤틀리 서울 우승철(39) ㈜참존오토모티브 과장이 말하는 실적 선두 비결이다. 그가 파는 차는 수입차 중에서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다. 이 비싼 차를 사려는 사람 만나는 일도, 결심을 끌어내는 것도 어려울 듯 싶었다. 나름 숨겨둔 방법이 있으리라.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고 또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비결은 없다고 하니, 그럼 고객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어떻게 했나.

 “상품지식을 쌓는 데 노력했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 회사에서 준 교육자료, 자동차 상식 책 등을 찾아 읽었다. 한번은 내 차 오일이 계속 샜는데 이때 튜닝숍에 가서 그곳 직원과 함께 다 뜯어 보며 차 구조도 공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식한 짓 많이 했다(웃음). 차 성능을 아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구조·기계적인 부분도 알아뒀다. 우리 차엔 전자제어장치가 설치돼 있다. 노면 불량 같은 위험 상황 시에 차를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에게 이를 자세히 설명하려면 이 장치의 원리와 구조를 알아야 한다. 센터 정비사에게 자문을 얻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배웠다. 고객이 어떤 질문을 해도 답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행동하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을 텐데.

 “경기도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고객이 있었다. 몇 번 사무실에 찾아 갔었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 잠깐 고객 책상을 봤다. 책상 한가운데에 글귀가 써져 있더라. ‘너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머리에 강렬히 남았다. 저런 분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자극적인 글을 매일같이 볼까 생각했다. 나 또한 수첩에 이 글귀를 써 놨다. 이후 매번 자기 질책을 하며 완벽함을 추구한다.”

-고객을 상대할 때 유의하는 점이 있나.

 “고객에게 요령 부리지 않는다.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대한다. 벤틀리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겠다. 다른 브랜드는 3000만원 짜리 모델도 있고 2억원 짜리 모델도 있다. 두 고객이 가격 차가 나는 모델을 각각 보러 왔다고 하자. 어느 고객과 먼저 상담하고 좀 더 신경 쓰겠나. 당연히 2억원 짜리 아니겠는가. 반면 벤틀리는 모든 모델이 2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고 차종도 8가지로 적기 때문에 한 고객도 마음 놓아서는 안 된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우 과장은 6년간 육군 장교로 복무했다. 2002년 6월 전역했다. 곧바로 무역회사에 들어가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사무실 업무는 맞지 않았다. 수입차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 장교가 입사를 권유했다. 고민 끝에 수입차 판매 사원을 2003년 9월부터 시작했다.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은 판매 업무를 하는 데 알맞았다. 4년 정도 일하다 보니 브랜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고급 브랜드로 옮겨 그곳에서 부딪혀 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2007년 8월 벤틀리로 옮겼다.

-이전 브랜드와는 고객 성향이 달랐나.

 “이전 브랜드 고객 중에 벤틀리를 산 분은 없다. 차량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호 욕구, 기준도 다르고…. 전세계적으로 볼 때 벤틀리 고객은 자산가치 200억 이상, 40, 50대 남성 중심, 보유차량 3대 이상이라고 한다.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한국도 이와 비슷하다. 지역 분포는 서울이 판매의 80%를 차지한다. 특히 강남에 집중돼 있다.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은 거의 없고 개인 사업자, 법인사업체가 대부분이다.”

-벤틀리는 어떤 차인가.

 “‘수제 감성’차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엔진을 만드는 데 36명이 20시간 공을 들인다. 1명이 핸들을 만드는 데도 14시간이 걸린다. 원자재도 고급을 쓴다. 세단 기준으로 한 대당 소가죽 17마리 분이 필요하다. 차량 내부 우드를 우리는 ‘비니어’라 부르는데 80년 이상 된 호두나무를 주로 쓴다. 2년 동안 숙성시켜 24겹을 붙여 사용한다. 또한 비니어 무늬가 좌우 대칭이 완벽한 경우에만 쓴다. 자재를 구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알고 있다. 차량 외관 색상은 114가지에 이르고 내부도 수백 가지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만의 차를 원하는 사람이 벤틀리를 찾는다. J브랜드는 희귀성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흔하지 않다고 해서 모두 귀한 건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다.”

 -후배 판매 사원에게 조언한다면.

 “수입차 시장이 커졌다. 고객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 외에도 판매사원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고객 연결, 상담, 계약, 배달, 관리까지 모든 일을 실수 없이 해야 한다.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오래 하다 보면 타성에 젖기 쉬운데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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