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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책자에 나오는 명소도 좋지만 문화·생활 체험했으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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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열풍으로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시선이 강남으로 쏠리고 있다. 강남을 여행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인 ‘강남시티투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강남구청에서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하루 평균 30~35명의 외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강남의 모습이 될 강남시티투어, 과연 그들은 투어 후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서울 생활 5년째에 접어든 호주 출신 영어 강사 줄리아 멜러(29)가 지난 13일 강남시티투어를 직접 체험해봤다.

강남시티투어 체험에 나선 줄리아 멜러(29·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강남역 주변을 둘러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오전 9시 삼성동 ‘봉은사’

서걱서걱 낙엽 밟는 소리, ‘딩 딩~’ 처마 밑 풍경 소리, 스님의 낮은 목탁 소리…. 삼성동 봉은사의 아침은 그렇게 작은 소리들로 시작됐다. 미국, 호주,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강남시티투어를 위해 모였다. 이날 투어 인원은 11명. 가이드가 말했다. “오늘 투어는 1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봉은사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마크라고 불러주세요.”

대웅전 앞마당에 덮인 종이 연꽃들을 보자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에 담았다. 신발을 벗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옆 신도들을 보며 절을 따라해보기도 했다.

“What does five colors mean?” 대웅전과 종루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단청을 보며 줄리아가 색깔의 의미를 물었다. 가이드가 설명했다. “단청은 오방색이라고도 하는데, 다섯 색깔이 의미하는 방향이 있어요. 파란색은 동쪽, 흰색은 서쪽, 빨간색은 남쪽, 검은색은 북쪽을 뜻하고 노란색은 중앙을 의미합니다.” 석탑과 불상 등에 대한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이 더해져 불교 문화와 한국 역사를 알 수 있었다.

# 오전 10시 대치동 ‘은마상가’

45인승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곳은 대치동 ‘은마상가’. 오래된 상가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자 채소와 과일, 생선은 물론이고 각종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정겨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남시티투어 코스 중 유일한 재래시장이다. “이건 떡이고, 이건 멸치 볶음이에요. 한국 과일도 보이네요” 간단하게 언급하며 상가를 한 바퀴 돌았다. 줄리아는 “떡 가게가 눈에 띄었는데 다양한 떡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언제 어떤 의미로 먹는 음식인지 안다면 한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 내 작은 분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는 떡볶이를 먹는 순서인데, 시간이 조금 일러서 가게에서 아직 준비가 안돼 있다고 하네요. 아쉽지만 김밥과 전을 먹는 걸로 대신할게요.”

 낯선 젓가락질을 하며 김밥과 생선전, 오색꼬치전 등을 먹는 외국인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전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언제 즐겨 먹는 음식인지에 대한 설명은 역시 들을 수 없었다.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잠시 자리를 비웠다.

# 오전 11시 강남역 ‘미디어폴’과 ‘삼성 딜라이트’

다시 버스에 올랐다. 15분 후 강남역에 도착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33m 간격으로 세워진 22개의 미디어폴이 있는 곳이다. 가이드가 미디어폴을 이용해 포토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알려줬다. 화면이 카메라 모드로 바뀌자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며 화면 안으로 모여들었다. 기념 촬영을 한 후 각자의 이메일로 사진을 전송했다. “근처에 있는 맛집 정보나 교통 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고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게임도 할 수 있습니다. 윗부분에는 미디어 아트도 전시되죠.”

마지막 코스는 삼성전자 홍보관인 ‘삼성 딜라이트’. IT 강국인 한국의 가전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가상의 멋진 남녀에게 프로포즈를 받는 ‘딜라이트 스테이지’는 줄리아는 물론 외국인 모두를 즐겁게 했다.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3D 게임과 메시지 플로어, 카메라 테스트 촬영 등을 즐겼다. 낮 12시가 되자 강남역과 코엑스 등으로 나누어 점심 식사를 하러 가면서 투어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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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말춤 배우고 코엑스몰서 쇼핑

오전 투어를 마친 줄리아가 가장 인상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봉은사’. “불교 전통 문화와 건축 등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꽤 풍부했어요. 절하는 법을 알려줬더라면 더 좋을 것 같긴 해요.”

가장 아쉽게 느낀 곳는 역시 설명이 부족했던 ‘은마상가’다. “서민적인 생활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관광책자에서 쉽게 찾아볼수 없는 곳인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코스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구성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09년 8월부터 운영된 강남시티투어는 매주 화·목·토요일에 정기관람투어가 진행된다. 인기 관광 명소와 유적지, 문화 체험이 함께 구성돼 있다. 오전 투어(오전 9시~낮 12시)는 화·목·토요일 모두 동일한 코스로 ‘봉은사-은마상가-강남U스트리트-삼성 딜라이트’ 순서로 진행된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투어(오후 1시~오후 6시)는 ‘아쿠아리움-선릉-신사동 가로수길-청담패션거리-코엑스몰’로 이어진다. 토요일 오후 투어는 ‘말춤 배우기 체험-아쿠아리움-신사동 가로수길-청담패션거리-코엑스몰’ 순이다. 국기원에서 진행됐던 태권도 공연이 11월 초에 마무리 됐고 이를 대신해 삼성동 문화센터에서 전문 안문가에게 말춤을 배우는 순서가 추가됐다.

화·목·토요일 오후 3시 이후 코스는 대부분 쇼핑 거리에서 이루어진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저렴한 패션몰들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이어 청담패션거리에서는 명품 매장을 둘러볼 수 있다. 스타일리시한 강남 패션 피플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코엑스몰에서 저녁을 먹고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오전 투어는 1만원, 오후 투어는 2만원이다. 전일 투어는 3만원이다. 오후 투어와 전일 투어는 정상가 1만9500원인 아쿠아리움 입장료가 포함된 가격이라 알뜰 여행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투어 예약은 전화(02-318-0345) 또는 인터넷(www.gangnamtour.com)으로 가능하다.

강남구청 관광진흥과 관광사업팀 임동호 팀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관광객들의 니즈에 맞춰 청와대나 경복궁 등 강북의 명소들을 투어에 포함시키고 체험 프로그램도 추가해 코스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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