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력 모셔라" 미국 기업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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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전기 기술자 에드 라이트(71)는 은퇴 후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한다. 종합 가정용품 전문점인 홈디포 매장의 전기제품 코너가 일터다.

플로리다에 무더위가 찾아오는 6월에는 서늘한 펜실베이니아주의 매장에서 여름을 지낸다. 이 회사가 노인 유치를 위해 도입한 '철새 프로그램' 덕분이다. 노인들이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여름에는 좀 더 서늘한 북쪽 지방에서 생활하고 싶어한다는 데 착안했다. 미국 기업들이 노인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이같이 다양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대형 서점 체인 보더스는 퇴직 교사들을 판매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에게 도서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교사 출신 판매원들이 서점 내에서 독서토론회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50세 이상 직원이 전체(3만2000명)의 16%다. 1999년에는 6%였다.

사무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피트니 보스는 컴퓨터.골프 등을 배우려는 노인 직원들에게 강습비를 전액 지원한다. 이 회사 직원 네 명 중 한 명은 50세를 넘었다.

할인점 월마트 관계자들은 노인이 많이 모이는 노인복지센터.교회.노인단체 등에서 정기적으로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홈디포 인사 담당자는 "10년 후의 노동인력 부족 현상을 노인층이 메워 줄 것"이라며 "미국은퇴자협회 등 노인단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퇴자협회는 5년 이내에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이 50세 이상일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들이 노인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이직률이 낮고 숙련도가 높아서다. 보더스 관계자는 "의료 혜택과 잦은 결근으로 노인의 고용 비용이 젊은이보다 많을 것 같지만 노인은 채용.훈련 비용이 적어 실제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럿거스대와 UCLA대가 지난해 말 공동 조사한 결과 근로자 한 명의 이직으로 인한 손실은 평균 2335달러였다. 기업의 노인 선호 현상과 편안한 노후를 위해 돈을 더 벌고 싶어하는 노인들의 희망이 맞물려 미국 노인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65~69세 남성 가운데 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94년 27%에서 지난해는 33%였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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