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한 타석에서 세명의 투수 상대

중앙일보

입력

한 타자가 같은 타석에서 세명의 투수를 상대한다는 건 좀처럼 있기 힘든 일이다. 동네 야구에도 있기 힘든 일이 지난 26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발생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오마 비즈켈이 등장했다.

아무일 없이 예정대로였다면 그가 맞설 상대는 시애틀의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사사키 가즈히로 한명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비스켈의 비범치 않은 타석은 그렇게 평범하게 끝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가즈히로와 맞선 비스켈은 초구 볼을 얻어내었다. 이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1주일 내내 대퇴부 이상으로 고생하던 사사키가 이순간 다시 한번 고통을 호소한 것이었다.

매리너스의 불펜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고 좌완 아서 로즈를 사사키 대신 마운드에 올렸다. 열심히 연습 투구를 하던 로즈는 맞서야 할 상대 첫타자 비스켈이 주심과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가리키는 장면을 목도한다.

얼마간 비스켈과 이야기를 주고 받던 주심은 로즈에게 다가가 양쪽 귀에 달려 있던 큰 보석으로 된 귀걸이를 뺄 것을 지시했다. 비스켈은 주심에게 반짝 거리는 로즈의 귀걸이가 타격에 방해된다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주심의 이야기를 들은 로즈는 펄펄 뛰면서 올 시즌 내내 같은 귀걸이를 했었지만 한번도 귀걸이가 문제된 적이 없었다며 흥분했고 급기야는 비스켈에게 험한 말을 퍼부으며 달려들려 했다. 경기장에는 양측 선수들이 모두 나오며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동료와 심판의 제지로 귀걸이를 빼며 연습 투구에 들어갔던 로즈는 분이 덜 풀렸던지 다시 비스켈에게 험한 말을 하며 달려들었고 심판은 이에 퇴장을 명령했다.

그의 퇴장으로 시애틀은 존 할라마를 마운드에 다시 세웠고 벤치에 있던 양팀의 선수들은 모두 벤치에서 일어나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는 뛰어난 동료의식을 발휘하고 있었다.

비스켈이 친 할라마의 2구가 1루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한타자가 같은 타석에서 세명의 투수와 상대하게 된 보기 드문 상황은 더 이상의 불상사 없이 그 결말을 고하게 되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12회말 존 록커의 악송구에 편승 결승점을 올린 시애틀의 3-2 승리로 끝났고 이날 이후 아서 로즈는 귀에 멋지게 달고 다니던 커다란 보석 귀걸이를 등판때마다 마운드 위에서 빼내는 작은 해프닝을 계속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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