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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路[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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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삶을 추구한다. 먹고, 자고, 일하고 모두 살기 위해서다. 살아 있는 동안 저마다 열심히 살려 한다. 세상일이란 게 따지고 보면 다 저마다 ‘사는 길’, 즉 활로(活路) 찾기다. 사람도 그렇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두 길 찾기에 바쁘다.

길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상대로 그럴싸한 한자 성어를 사용했다. 지난해 5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 개막식 연설에서 “봉산개로(逢山開路) 우수가교(遇水架橋)”라 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과 맞닥뜨리면 다리를 놓자’는 뜻이다.
앞으로 미·중 간에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그런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현명하게 푸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취지다. ‘길을 가다 불공평한 일을 보면 칼을 뽑아 도와주라’는 ‘노견불평(路見不平) 발도상조(拔刀相助)’처럼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힐러리는 매년 중국을 상대로 한자 성어를 이용해 미국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09년의 1차 전략 대화 때는 미·중이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라 했다. ‘같은 배를 타고 (난관을) 건너는’ 관계라는 것이다. 또 2차 전략 대화 때는 ‘수도동귀(殊途同歸)’라 했다. ‘길은 달라도 결국 종착지는 같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런 말들이 미·중 간에만 통하는 것들은 아니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사노라면 여러 어려움이 닥친다. ‘상천무로(上天無路) 입지무문(入地無門)’의 경우를 만난다. ‘하늘로 솟구치려 해도 길이 없고 땅으로 꺼지려 해도 문이 없다’는 것처럼 앞뒤가 꽉 막힌 때다. ‘앞으로 가자니 태산(泰山)이요, 뒤로 돌아서자니 숭산(崇山)이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경우다. 그야말로 진퇴무로(進退無路)다. 이때는 급하다고 이 길 저 길 가리지 않고 아무 길이나 택해서는 안 된다는 ‘급불택로(急不擇路)’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돌을 던져 길을 파악하는 ‘투석문로(投石問路)’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일로평안(一路平安)’하지 않겠는가. ‘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고 한다. 이제껏 지나온 우리 인생의 길은 곧 우리 마음의 역정(歷程)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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