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지층 지키는 게 우선”… 안철수 압박 꾹꾹 참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8일 국회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강기정 최고위원, 이 대표, 추미애·이용득 최고위원.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8일 총사퇴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민주당은 숙제도 떠안게 됐다. 당장 급한 게 지지층의 재결합이다. 민주당 당직자는 이날 “한 차례 협상이 파행을 겪었지만 단일화 후 양측이 합친 총량이 줄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엔 협상 중단 과정에서 노출된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의 민주당 비판이 자칫 단일화 이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협상 중단 사태를 놓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리 내부의 가장 큰 걱정은 안 후보 측의 문제 제기가 민주당을 구태 정치로 비춰지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에서 제기한 문자 메시지 논란이 한 사례다. 여론조사에 대비하라는 문 후보 측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놓고 안 후보 측에서 ‘조직 동원’ 의혹을 제기하자 문 후보 측은 “자원봉사자 76명에게 보낸 문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우리더러 정당 활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반발이 튀어나왔다. 안 후보 측이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역활동을 ‘동원 정치’로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캠프의 한 인사는 “축구 경기에서 우리는 공을 찰 테니 당신들은 방어만 하라, 중앙선은 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그렇게 따지면 안 후보를 지지하는 수많은 포럼의 독려 활동을 중단시키라고 우리가 주장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 측의 민주당을 향한 비판엔 무소속 후보로서의 현실적 제약에 따른 초조감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선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인 민주당은 정강·정책을 홍보하고 당원을 모집하며 선거에 관한 의견 수집을 위한 광고까지 할 수 있다. 반면 무소속인 안 후보 측은 정당이 없으니 이게 불가능하다.

 민주당 입장에선 당 지도부와 시·도당 조직이 나서서 전국에서 여는 당원대회·당원교육모임 및 당원 배가 운동은 법적으로 보장받은 권리이자 합법적인 정당 활동이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손발이 제한돼 있으니 이런 상시적 활동을 의혹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2주일째 호남을 돌며 ‘김대중 유훈론’과 ‘문재인 단일화론’을 확산시키는 데 대해 안 후보 측에서 문제를 삼자 박 원내대표 측은 “그럼 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라고 하지 당 밖의 후보를 지지하라고 하나”라며 반발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지난 16일 안 후보 측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충치”라고 지칭한 데 대해서도 “단일화 상대인 공당의 대표인데 어떻게 그런 심한 표현을 쓰나”라며 허탈해했다.

 이 같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18일 문 후보 캠프와 민주당엔 함구령이 내려졌다. 단일화 협상이 재개된 이상 더 문제를 삼아선 서로 입을 상처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지의 16~17일 정례(11차) 대선 여론조사에선 다자 대결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에서, 문 후보로 단일화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 대결이 이뤄질 경우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29.8%로 나타났다. 반대로 다자 대결에서 문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 안 후보로 단일화돼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이 될 경우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20.2%였다.

 단일화 과정은 이 비율을 없애거나 줄이는 접착제가 돼야 한다는 게 두 후보 측의 공통된 희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은 자칫 ‘1+1=2’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민주당 쪽의 우려다. 문 후보 측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안 후보 측에서 구태 정치로 표현해)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론 작은 공방전은 피하고 국민만을 보고 가자”고 화합을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