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금리 계속 인하…중기 · 벤처 사용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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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벤처기업에 지원하는 기술개발융자금.기반기술기금 등 각종 정책기금의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융자 조건 때문에 사용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아 정책자금의 운용 방향을 투자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잇따른 금리 인하=중소기업청은 9월부터 중소기업 정책자금 금리를 연6. 75%에서 6.25%로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도 산업기반기금 금리(현재 연6. 0%)를 9월부터 0.5%포인트, 중소벤처기업에 지원하는 기술개발용 자금인 기술개발융자금은 현재 6.5%에서 0.75%포인트를 각각 내린다.

과학기술부도 과학기술진흥기금 금리(연 6.0%)를 0.5~0.75%포인트 내릴 방침이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화촉진기금의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들 정책금리는 1998년말에는 7~10%선, 지난해 1월에는 6~8.25%였다.

산업기술개발과 김재홍 과장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정책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현재 평균 7.5%선.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재정자금과 홍범식 과장은 "각 부처의 기금.융자금의 재원(財源)인 재정융자특별회계금리를 9월부터 평균 0.5%포인트 내려 시중금리와의 격차를 벌려나갈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 저조한 사용실적=산자부는 올해 2천억원의 산업기술개발융자금을 책정했지만 7월말 현재 대출된 액수는 4백55억원에 그쳤다.

2천9백억원의 예산 중 1천2백21억원이 대출됐던 지난해보다도 못한 실적이다.

1천8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진흥기금은 98년만 해도 전액 대출됐으나 올해는 7월말 현재 23.4% 대출에 그쳤다.

7천5백억원이 책정된 중기청의 구조개선자금은 6월말 현재 42.7% 대출에 머물렀다. 가장 금리가 싼(5.25~5.75%)정보화촉진기금도 평균 60%가 대출되는 형편이다.

이처럼 정책자금이 인기가 없는 것은 시중금리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분기마다 사용내역을 보고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한 것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벤처업체들은 융자보다는 투자형태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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