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비용 싸 … 개인도 리스 차 많이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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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차를 사지 않고 리스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고객이 리스 상담을 받는 광경을 모델들이 연출한 것. [사진 현대캐피탈]

직장인 정중열(34)씨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를 리스로 구입했다. 신차 값은 1340만원. 정씨는 일시불로 사지 않는 대신 보증금 402만원과 월 리스료 28만원을 낸다. 보증금은 36개월 뒤 돌려받는다. 굴리는 기간 동안 세금은 정씨 대신 리스 회사가 낸다. 정씨는 “대출을 받아서 일시불로 차를 사려고 했으나 초기에 드는 목돈을 확 줄일 수 있단 생각에 리스를 선택했다”며 “차에 붙는 각종 세금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리스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15일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캐피탈을 이용한 개인 리스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늘었다. 구체적인 개인 리스 이용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던 전체 리스 이용자 중 개인의 비율은 올 들어 13%로 올랐다. 종전에 법인이나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이 주로 이용하던 데서 양상이 바뀐 것이다.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는 리스료를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리스를 많이 이용했다.

 리스 차량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리스 대상 차종의 폭도 넓어졌다. 전체 리스 개인 고객 중 준중형 이하 차량을 고른 비중이 23%였다. 리스 시장은 중대형이나 외제차 중심이던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준중형차 리스는 특히 올 2~3분기 들어 빠르게 늘었다.

 개인 고객은 젊어지고 있다. 올 들어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리스 이용자 중 43%가 20·30대였다. 지난해 리스 이용 고객 중 20·30대는 31%였다. 특히 20대 비중은 지난해 4%에서 올해 11%로 커졌다.

 개인들이 리스 차량을 이용하는 것은 일시불에 비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차량 가격 2314만원인 YF쏘나타(CVVL 블루세이버 기준)를 일시불로 구입하면 자동차 값과 취득·등록세 등을 합쳐 2472만원가량이 들지만, 리스로 이용할 경우 차값의 일부만 보증금으로 내면 된다.

 자동차 관련 세금도 리스 회사에서 부담하는 만큼 별도의 세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리스차도 일반 차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 개개인이 따로 드는 게 일반적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개의 리스 회사에서 차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정비를 받거나 엔진오일 같은 소모품은 추가 부담 없이 해결해 준다.

 리스 기간이 끝난 뒤에는 해당 차를 반납하거나, 아니면 구입을 할 수 있다. 구입 가격은 리스 계약 체결 당시에 정한 ‘차량 잔존가치 비율’이란 것에 따라 정해진다. 예컨대 이를 ‘50%’로 계약했다면, 3년 뒤 차값의 50%만 내면 자기 소유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스는 단점이 있다. 초기 비용이 적다고 해도 전체 부담은 일시불이나 할부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YF쏘나타의 2.0L급 ‘CCVL 블루세이버’ 모델을 산다고 하자. 일시불 구매를 할 경우 3년간 드는 비용은 1026만원가량이다. 구입비와 3년간 자동차세를 더하고, 여기서 3년 뒤 차를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 약 1600만원을 뺀 게 이렇다. 36개월 할부의 경우엔 이렇게 3년간 굴리는 비용이 1163만원이다. 반면 리스는 2235만원에 이른다. 신차 가격인 2314만원에 거의 맞먹는다.

 그럼에도 특히 젊은 층들이 리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3년쯤 탄 뒤에 중고차 시장을 뛰어다닐 필요 없이 차를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1년도 안 돼 스마트폰을 바꾸는 문화가 다른 분야 소비 양상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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