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활약상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보면 흥미거리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중 미네소타, 필라델피아, 시카고 컵스등 약체팀의 반란과 함께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활약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팬들 뿐만 아니라, 그 선수들의 소속팀도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다. 과연, 어떤 선수들이 해당하고, 어느만큼의 활약을 펼치는 지 알아보자.

1.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올 시즌 초만 하더라도 이치로가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펼칠 지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히터로 발돋음하고 있는 상태이고, 타격과 도루 타이틀에서 1위를 노리고 있다.

이치로는 그 동안 리드오프 히터의 부재를 겪고 있었던, 시애틀에게 있어서 '청량제'와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후 잠시 동안 부진한 타격을 보이다가 최근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타격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때, MVP 수상 가능성도 거론되었지만, 이치로가 리드오프 히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올 시즌 신인왕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갈 거라는 것이다. 앞으로 그가 계속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리드오프 히터로써의 역할을 100% 이상 해내기 위해서는, 너무 공격적인 성향을 고집하는 것보다 볼넷을 자주 얻어내며, 출루에 신경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시애틀은 '이치로 열풍'으로 인한 '이치로 특수'로 많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애틀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대한 아쉬움을 느낄 필요가 없을 듯 하다.

2. 브렛 분(시애틀 매리너스)

시애틀의 돌풍에는 이치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함께 시애틀의 '영웅'으로 떠오른 브렛 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브렛 분은 텍사스로 이전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땜빵 케이스'의 선수였다. 물론, 이런 점도 '천재단장' 팻 길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초, 샌디에고의 3루수 필 네빈을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길릭은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차선책의 영입 대상으로 낙점된 선수가 브렛 분이었다. 분의 뛰어난 수비와 내야수로써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길릭에게 있어서 '매력 덩어리'로 다가오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릭이 생각했던 분과 현재의 분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고 말았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수비만 잘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분은 수비와 공격에서 리그 최정상급을 달리고 있다. 특히, 그의 성적과 팀 성적이 비례 관계를 유지하며 아메리칸 리그의 강력한 MVP후보로 대두되고 있다.

브렛 분은 예전에 그가 중요시 했던 파워의 증대와 함께 컨택트 능력 마저 보완을 시켰고, 이런 결과는 그의 꾸준한 노력과 열정이 뒷받침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반복했고, 몸무게 역시 7Kg까지 불렸다. 이런 점이 현재의 그의 활약의 '구심점'이 되었다.

3. 폴 로두카(로스엔젤레스 다저스)

현재 다저스의 핫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대다수의 표가 노장 신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바로 그 노장 신인의 주인공이 폴 로두카이다.

로두카는 최근 3년 동안 다저스의 백업포수로 간간히 출장한게 전부였을 뿐, 그 동안 확실한 주전자리도 보장 받지 못한 선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제 2의 켄달'이라고 불릴 만큼, 기량과 능력은 있는 선수였지만, 그는 주전포수로 보장 받기까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이크 피아자의 부상으로 생애 첫 올스타전 출장을 기대했지만,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 그가 올스타전 출장설이 나올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포수만 아니라 1루수, 외야수를 보는 등 여러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정도로 팀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있는 선수이다.

최근에는 박찬호 선수의 선발출장 경기때, 에릭 캐로스를 대신해 1루수로 출장하고 있다. 이 점 역시 그의 공격력을 1경기라도 포기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 짐 트레이시 감독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몇 년후면, 마이크 피아자, 이반 로드리게스, 호르헤 포사다, 제이슨 켄달등과 함께 그도 정상급 포수로 우뚝 솟아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4. 아라미스 라미레즈(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도미니카 태생으로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팀 최고의 유망주로 지목 받았을 만큼, '될성 부른 나무'였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빠른 성장세를 보일 지는 피츠버그의 프런트와 동료들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라미레즈는 클럽 하우스의 리더이자 거포인 브라이언 자일스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가 자일스 보다도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일스는 최근 2년 동안 평균 119타점으로 리그 정상급의 클러치 히터 중 한명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일스 보다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그가 보스턴의 외야수 매니 라미레즈 못지 않은 '타점머신'으로 성장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의 약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주루만 보강한다면, 치퍼 존스 못지 않는 대형 3루수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현재 그의 나이 23세. 나이만을 따져 보아도 그의 성장 가능성은 한 마디로 '무궁무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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