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독신신부-신자 매칭사이트 논란

중앙일보

입력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미국내 천주교회를 떠난 신부는 2만명 이상에 달한다. 3명중 1명꼴. 90%가 결혼을 위해서라고 한다.

천주교 전통대로라면 이들은 더이상 성직자가 아니다.

결혼 등의 이유로 교회를 떠난 사제들이 예배나 결혼, 장례 등 가톨릭 의식을볼 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 한 웹사이트(http://www.rentapriest.com)가 천주교회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제도권 성직자에 비해 덜 ''딱딱한'' 이들을 찾는 신자들이 늘고 있는탓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인터넷판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신성한 논쟁, 천주교회 대 렌타프리스트 닷 컴''이라는 제목에 ''한 웹사이트가 천주교회의 기반에 도전하고 있다''는 부제가 달렸다.

지난 1992년 서비스를 시작한 ''렌타프리스트 닷 컴''의 주업무는 천주교 신자와천주교회를 떠난 성직자를 연결해 주는 것. 신부들이 결혼하기 위해 교회를 많이 떠남으로써 교구들이 비어 가고, 각종 예배 등 성례가 행해지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출발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성직자들은 유대, 힌두, 개신교 등 이교의 요소가 담긴 행사도 집전해 주며, 천주교 전통과는 달리 채석장 등 교회 밖에서의 결혼식도 주재한다.

신자들이 하나둘 이들을 찾는 큰 이유의 하나이다.

특히 이들은 재혼하려는 커플에게 인기가 높다. 천주교회에서 재혼을 하려면 첫결혼을 무효로 하거나 기록을 원천 삭제해야 한다. 이같은 관습은 첫 결혼에서 아이를 가졌던 커플에게는 심한 고통이 돼 왔던 게 사실. 또 이들 성직자가 결혼 의식을매우 편안하고 친근하게 진행하는 것도 인기의 비결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티칸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단호하다.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대변인인메어리 앤 왈쉬 수녀는 "신부의 신분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 성직을 조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신부 부족현상은 ''평사제''의 육성으로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회법을 근거로 한 ''렌타프리스트 닷 컴''을 운영하는 루이스 하겟의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는 "천주교리에 따르면 한 번 신부는 영원한 신부이며 성직은 무효화될 수 없다"며 "다만 결혼한 신부는 교회의 업무를 볼 수 없을 뿐"이라고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관행(practice)은 관습(custom)이, 관습은 법이 돼 온 것이 천주교의 전통이었다"며 "바티칸이 결국은 추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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