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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사망, 에이즈·결핵 합친 것보다 많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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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독성 물질이 들어있는 인체에 유해한 제품, 담배에 대해선 범 세계적인 규제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보건복지부]

“담배가 에이즈·말라리아·결핵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담배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연간 600만 명을 넘어섰죠. 심각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챈(65)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5차 당사국총회 참석차 방한했다. 총회는 이날 협약 비준 176개국 만장일치로 담배의 불법거래를 규제하는 의정서를 채택했다. 각국 정부가 담배 제조에서 판매까지, 자국 내 공급망을 감독하고 위반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담뱃갑에 원산지·판매지 정보가 담긴 고유 식별표시도 부착해야 한다. 담배 소비량과 간접흡연 피해를 낮추기 위해 담배회사의 광고와 판촉 등을 규제한 FCTC 협약이 2005년 발효된 이후 부속 의정서가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1999년 이후 담배로 인한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6200여 만 명으로 추정된다. 세계 보건 측면에선 심각한 이슈다. 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FCTC 총회에 176개국 정부대표단과 참관국 대표,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고(故) 이종욱 총장 후임으로 2006년 11월 사무총장에 선출됐고, 올 5월 재선되면서 2017년까지 임기를 수행하는 챈 사무총장의 담배 규제에 대한 입장도 단호하다.

 - 각국이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FCTC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금연정책을 강화하려 해도 거대 담배회사가 국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FCTC는 전 세계 176개국이 승인했다. 규정된 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위협하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담배는 많은 독성물질이 들어가 있어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행위도 규제하는데 인체에 해로운 제품에 대해서는 당연히 규제가 있어야 한다.”

 - 한국의 담뱃값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4년 말 500원을 올려 2500원이 된 이후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값을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여론이 있다.

 “호주는 담배 1갑에 17달러, 캐나다는 10달러 인 반면 한국은 2달러다. (WHO는) 한국 정부에 담뱃세를 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산정 기준을 따져보면 담배 가격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히 미미하다.”

 - 이번 총회에서 담배 소비 감소를 위한 가격·조세 정책 마련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도 논의된다. 채택 가능성은.

 “담배 소비를 줄이고, 정부의 세수(稅收)를 올리고, 국민의 건강도 보호할 수 있는데 가이드라인을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담뱃값에 인플레이션과 가계소득 변화를 주기적으로 반영하고, 면세 담배를 팔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이드라인 채택시 각 공항에서 면세 담배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담뱃값 인상 논의가 본격 시작될 수도 있다. 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가이드라인의 강제성은 없지만 한국은 이번 당사국총회 개최국인 만큼 가급적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 흡연이 줄지 않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가 그렇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흡연이 증가세다. 한국 사람들은 피부가 좋은데 담배를 피면 주름도 생기고 피부에 좋지 않다. 흡연자라면 양을 줄이고, 비흡연자라면 시작을 말아야 한다.”

 중국 국적의 챈 총장은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78년 홍콩 보건성에 들어갔다. 홍콩 보건부 장관 재직 시절인 97년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신속하게 대처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 기구를 이끄는 손꼽히는 파워 여성 리더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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