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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희망] '메아리 복지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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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소외계층에게 겨울은 더 힘든 계절이다.그래서 봄소식을 누구보다 학수고대하고 있다.그러나 이웃의 따뜻한 정을 받고 사는 사람들은 겨울철이 춥지만은 않다.독지가나 사회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을 소개한다.

“아저씨 안년 하데요.새해 복 마니 바드데요.”

7일 오후 울산시 북구 중산동 농아학교인 메아리복지원 생활훈련관에서 말과 글을 배우는 이경아(11·초등부)양은 서툰 입놀림으로 “소리가 들려 너무 기뻐요”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고 소리를 들을 수 있게된 6∼11세의 어린이 10여 명이 교사와 함께 숙식을 하면서 말을 배우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해 벙어리가 된 이들은 수술 후 처음부터 발음과 말과 글을 익혀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동물 그림을 보고 선생님의 입놀림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앵무새처럼 따라서 소리를 가다듬는 모습이 눈물겹다.

올해 이들의 한결 같은 소망은 슬픔이나 기쁨을 남에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도 말을 익히는 것.

이들 중 비교적 덩치가 큰 이 양은 지난해 3월 인공 달팽이관수술을 받은 후 재활원에서 1년 가까이 말문을 틔우는 교육을 받고있다.

이 양은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2천5백여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메아리복지원의 도움으로 뒤늦게 수술을 받았다.

선천성 농아는 태어난 후 말을 익힐 무렵인 두 살 때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으면 건강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듣고 말하는데 불편이 없다.

그러나 이 양은 열살 때 수술을 받아 소리를 듣고 말을 배우는데 더 어려움을 겪고있다.

1년 가까이 지도받은 덕택에 지금은 또박또박 하는 말을 겨우 알아듣고 낱말을 읽고 쓰는 것은 유치원생 수준이지만 소리를 듣는 기쁨에 표정은 밝다.

비슷한 증상을 앓았던 동생 병광(7)군은 누나보다 1년 먼저 수술을 받고 일찍 말과 글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간단한 대화와 태극기·작은별 등 동요도 부를 만큼 말문이 틔었다.

또 2년 전에 이식수술을 받은 김미연(6)양은 70년대초 메아리농아학교에서 수화를 배운 아버지 김정광(35) 씨에 이어 2대째 메아리복지원의 도움을 받고있다.

복지원 생활재활교사 최미연(23·여)씨는 “소리를 듣지 못해 말을 못하던 아이들이 인사를 하고 글을 쓰고 읽는 모습을 보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메아리복지원이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해 주는 귀문화사업을 펴온 것은 올해로 10년째.

지난해까지 복지원의 주선으로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농아는 43명이나 된다.

이들 중 일찍 수술을 받고 듣고 말하기가 거의 정상으로 회복한 10여 명은 제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등 건강한 사회활동을 하고있다.

또 그동안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위한 종합검사 1백55명,보청기 착용 47명,기형 귀 수술 2명 등을 지원했다.

복지원은 올해도 10여 명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해줄 계획이다.

또 올해 복지원에 2층(연건평 1백30평)규모의 훈련센터를 세우고 언어학습실과 그룹 지도실·부모상담실을 만들어 체계적인 언어재활 훈련을 해 나갈 계획이다.

메아복지원이 문을 연 것은 1972년. 박무덕(朴武德·68)이사장이 소리를 듣지 못해 벙어리가 된 농아들에게 수화교육을 가르치기 시작해 80년에 초등부 6년 과정의 메아리농아학교를 설립했다.

지금은 유치부·초등부·중학·고교 과정에 교직원 42명·학생 1백40명 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수술과 말을 익히고 배우는데 경비가 많이 들어 한해 수술지원은 5∼1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삼성전자 등 단체와 개인 후원자 1백50여 명이 수술비를 지원,귀문화사업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울산시도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98년부터 한해 6천6백 여 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朴 이사장은 “선천성 청각장애아들도 2∼3세 때 수술을 받으면 청각·언어 장애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달팽이관 수술비를 의료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등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수술 문의 052-295-2695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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