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감성으로 포착한 클래식의 깊은 맛

중앙일보

입력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정열' 인 동시에 '취미' 요 '열광' 인데, 그것은 음악전공자보다 더한 열기를 띠게 마련이다.

시인 김정환(사진) 의 경우도 그러한데, 그의 서재는 5천여장의 CD로 둘러싸여 있다. 그에게 음악은 삶의 일부요, 문학세계의 자양분이다.

몇 해 전 CBS-FM에서 생방송 '아름다운 당신에게' 를 진행했던 경력을 가진 그가 『클래식은 내 친구』『음악이 있는 풍경』에 이어 세번째 음악감상 가이드북을 냈다.

고급스런 장정의 『내 영혼의 음악』은 그가 엄선한 1백50장의 음반을 들으면서 감동을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내면풍경을 시적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놓은 독자적인 방식이다.

저자의 말대로 처음엔 작품 설명에 치중하다가 끝머리에서는 저자의 느낌을 풀어놓는 식이다. 하지만 그의 감상은 때론 난해시처럼 다가오는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

가령 R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에 대해서는 "섹슈얼리티 자체의 만년작이라고나 할까…. 어디까지 화려하면 섹스는 음악으로 되는가. 이 질문은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지만, 그것은 정말 얼마나 지난하게 화려한 원점일 것인가" 라는 말로 끝맺는다.

또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에서는 "그리그의 병적인 소품 지향 속에서 음악은 갈수록 희미하게 묻어난다. 이야기의 의상처럼, 그리고 음악이 스스로 소멸되기 직전 죽음을 닮은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태어난다. 그것은 핵심을 능가하는 분위기다" 고 설명한다. 뜻을 이해못할 것은 아니지만, 다소 요령부득이다.

음반 선정기준이나 순서도 작곡가별.연주자별.테마별 분류가 뒤섞여 있고 음악에 대해 지나치게 신비감과 존경심을 요구하는 듯한 말투는 음악에 대한 경도(傾倒) 로 이해 못할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결국 충실한 음악해설과 음악에 영감을 받은 수상록 사이에서 위치한 셈이다. 다소 주관이 섞인 흥미로운 '나의 애청 음반 1백50선 목록' 쯤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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