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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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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개막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후진타오 10년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지도부가 결정된다. 새 지도부에는 경제사회 개혁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과거 두 자리에서 올해 7%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장의 위축은 유럽 경제위기에서 오는 해외수요 감소에 주로 기인하지만 거대 중국이 오늘날 안고 있는 경제사회적 문제는 나라의 크기만큼 만만치 않다.

 지난 30년간 눈부신 성공을 거둔 중국 성장모델의 핵심은 국가가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제조업투자와 수출증대를 자극하고 직접 자원배분을 주도해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금리규제를 통한 싼 대출, 노동운동 억제를 통한 저임금,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저환율 등으로 이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패가 조장되고 예금자로부터 차입자로, 근로자로부터 기업으로, 소비자로부터 수출기업으로 엄청난 부와 소득의 이전이 일어났다. 지금 중국의 소득분배는 남미국가들보다 더 악화되어 있다. 인민들의 복지제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기업과 급속히 늘어나는 신흥부자들에 대한 조세부담률은 매우 낮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졸부들이 양산되어도 재산세·양도소득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우파적 경제정책을 추진해 온 나라다.

 지금 중국이 당면한 큰 과제는 이러한 성장모델을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국가주도의 양적 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연금·의료 등 복지제도의 미비에 따른 높은 가계저축률, 저금리, 저임금, 저환율 등에 힘입은 막대한 기업이윤과 기업저축으로 국내총저축률이 50%를 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커다란 경상수지흑자와 세계경제 불균형의 요인을 제공해 왔다. 중국은 이제 수출로부터 내수확대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아나가야 하나 이러한 성장모델의 전환은 근본적으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자원배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줄이고, 금리·임금·환율의 결정에 있어 시장의 역할을 더 넓혀주어야 한다. 금융과 산업이 보다 상업적 원리에 의해 작동될 수 있도록 국유은행·국유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폭적 개편을 시도해야만 이런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국유은행은 전체 대출의 약 85%를 차지하고 주요 기간산업은 모두 국유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이 결국 중국경제의 자원배분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다시 공산당과 정부관료의 장악하에 놓여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매우 실용적이며 점진적인 경제개혁을 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쉽게 딸 수 있는 과일은 대충 다 따먹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한 중국의 경제개혁은 바로 ‘사회주의체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거 어떤 사회주의체제 국가도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지 못했다. 주민들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향리기업들에 대한 재산권의 정립, 호구제도의 개편 등을 통해 그동안 이뤄 온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하며, 국유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분을 줄이거나 민영화를 시행해 나가야 한다. 국유기업은 도산의 위험이 없어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쉬우며 이들에 대한 개혁 없이 경제를 자율화해 나갈 경우 자원배분 왜곡이 오히려 더 심해지고 이들의 부실화가 초래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의 민영화는 바로 사회주의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성공한 모델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도, 일본도 이에 실패했다. 결국 위기를 맞고서야 변화가 일어났다. 30년간의 고속성장을 이루면서 중국에는 이미 폭넓은 기득권세력이 형성됐다. 과거 개혁의 주체세력이었던 당과 정부의 엘리트들은 이제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국유기업의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는 권한을 향유하는 기득권세력이 되었다. 이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민간부문의 신흥부자들이나 국유기업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개혁의 필요성은 높아지나 개혁의 저항세력은 점점 강해져 온 것이다.

 1979년 대처에게 패한 캘러헌 전 영국총리는 “약 30년을 주기로 정치지형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처와 레이건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물결이 세계경제를 주도한 지 대략 30년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다시 경제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중국 경제발전 30년도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이 전환이 서구와 달리 오히려 더 작은 정부, 더 큰 시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의 저항을 넘어서야 하는 것은 공통적 과제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과연 이런 개혁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인가?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