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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홍은아 최연소 국제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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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다. 2000년 3월 축구심판 2급 자격증을 따내 최연소 여성 심판이 된 홍은아(23.이화여대4)씨를 만나 가장 궁금했던 건 '왜 여성이 굳이 축구심판이 되려는가'하는 점이었다. 그때 그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살아 움직이는 그라운드를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뭔가 미심쩍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엔 국제심판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7일 대한축구협회가 제출한 국제심판 대상자 중 23명을 최종 승인했다. 이중 9명은 처음으로 국제심판으로 데뷔하게 됐고, 홍씨도 이들 가운데 포함됐다. '국내 최연소 국제심판'이란 타이틀도 그녀에게 돌아갔다.

"중학교 때부터 축구 심판이 되고 싶었어요. 축구는 좋아하지만 직접 선수가 될만큼 실력은 없었고, 여자 축구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활발하지도 않고요. 대신 심판으로 방향을 틀었죠."

그녀는 공부를 잘 했다. 은광여고 시절 전교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체육학부에 진학하겠다는 딸을 극구 말리던 부모는 1996년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하고 그녀를 먼저 보냈다.

오히려 그게 꿈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학교 공부보다 지역 클럽에서 선수로 뛰면서 축구의 참맛에 푹 빠졌다. 잠시 한국에 왔을 때 체육 입시학원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내가 가야 할 곳이 저기인데…"라며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내가 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1년 만에 귀국했고 99년 이화여대 체육학부에 합격했다.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심판이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나섰다. 축구협회에 직접 찾아가 심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고 심판자격 취득과 관련된 연수나 강습회가 있으면 어김없이 참여했다.

2000년 자격증을 따고도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 리버풀의 호프 칼리지에 교환학생으로 건너가 실전 경험도 폭넓게 쌓았다. 12분에 2천4백m 이상을 뛰어야 하는 체력테스트를 위해 체력단련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는 2월 대학을 졸업한 후 경영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서"란다. 영어.일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한 그녀는 "스포츠계의 여성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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