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유럽징크스' 재확인한 한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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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와의 평가전은 한국 축구가 유럽 강호에 대한 징크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한판이었다.

2002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유럽 징크스'를 깨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유럽 전지훈련을 해 온 한국 축구 대표팀은 그동안의 평가를 점검하기 위해 가진 세계랭킹 9위 체코와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 밤새워 지켜본 국내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최종 스코어는 0-5. 공교롭게도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에서 프랑스에 0-5로 패한 악몽이 재연됐다.

한국은 당초 체코가 베스트 멤버 가운데 일부를 엔트리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밀리기는 하겠지만 대등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조직력이 살아날 경우 승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대표팀의 기대는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격에서는 특유의 빠른 측면 돌파를 활용한 활발한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전날 마지막 전술훈련에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 측면 돌파에 이은 헤딩슛을 연습했으나 이날 실전에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매끄러운 플레이를 유도해야 하는 미드필더들도 우왕좌왕할 뿐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것은 물론 빠른 전진패스로 공격에 물꼬를 트지도 못했고 오히려 백패스를 하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포백으로 짜여진 수비들은 상대 공격수들을 철저히 마크하지 못해 여러차례 상대 공격수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체코와의 평가전은 한국 대표팀이 공격, 수비, 미드필더 등 전 포지션에서 새로운 전술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브루노<체코>=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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