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손, 따뜻한 세상 만드는 요술쟁이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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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인천시 중구 북성로1가 반달로 주택가에서 네오맨 봉사단이 벽화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마을 외벽이 한나절 만에 동화 속 세상으로 변신했다. 해질 무렵 노을까지 물든 담 앞에 서니 주인공이 따로 없다.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율원리의 둔율올갱이마을. 지난 8월 시끌벅적 한바탕 손님들이 찾아왔다. 전국을 다니며 벽화 봉사 활동을 하는 네오맨 봉사단 27명이 탈북·다문화 청소년 166명, 무지개 청소년 센터 및 송면초등학교 스텝 12명,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11명과 함께 벽화작업을 했다.

 9월에는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806전투경찰대를 찾았다. 이번 주말에는 인천 월미도 벽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반달로 일대 주택가를 찾아간다. 지난 4월 시작한 1차 활동 이후 세 번째다.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국방부에서는 네오맨 봉사단에 ‘군부대 환경 미화’를 요청했다. 내년 봄 육·해·공군 부대 7곳이 선정되면 칙칙하고 흉물스런 부대 담장이 산뜻한 벽화로 바뀌게 된다.

네오맨 봉사단은 각자의 생업이 있다. 타일, 싱크대, 유리 등 자영업을 하거나 관련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봉사를 시작했다. 학생들도 있고 전업주부도 있다. 구도림(46) 집수리 2팀장은 인테리어 사업을 한다. “직장인보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많다보니 팀장까지 됐다”며 “업으로 삼은 분야를 봉사하니 더욱 효과가 큰 것 같다”고 했다.

네오맨은 작지 않은 단체지만 사무실이 인천에 있을 뿐 상근 인력은 없다. 온라인을 통해 서로 교류한다. 스텝은 ‘모집공지’를 통해 선출한다. 일반 행정 업무, 기획 업무, 현장 활동 분야로 나뉘어져 활동한다. 자원봉사 단체인 만큼 원하는 사람이 우선이다.

 벽화 그리기는 보기보다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리기 전 벽면 청소와 보수에만 반나절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네오맨 봉사단은 유치원생부터 60대까지 나이, 직업, 학력, 성별을 초월해 현장에서 조화를 이룬다. 어떻게 가능할까.

정해윤(47)단장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한다. 어린이들이 참여하면 따로 벽면을 만들고 타일로 모자이크를 만들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준다. 그러면 보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네오맨의 봉사는 벽화 그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집수리, 농촌활동, 연탄 나르기, 취사, 사진 기록 등 ‘종합활동’이다. 할 일이 없이 어슬렁거리는 단원은 없다는 얘기다.

 

네오맨은 현재 기업이나 지자체의 후원은 없는 상태. 정 단장은 “1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경우 300만원으로 충당한다. 자원봉사의 한계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단원들은 재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식대라도 아끼자며 집에서 쌀과 찬거리를 직접 준비해 온다.

 정 단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당을 마련하기 위해 정식 단체를 구성하게 됐다”며 “이것이 계기가 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눔에 참여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는 것이 네오맨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나눔의 의지가 있다며 “시작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그 다음은 쉽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네오맨 봉사단=종합나눔활동을 지향하는 자원봉사 단체. 네오맨(NeoMan)은 신인류(New Man)라는 뜻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서부터 나눔을 실천한다. 2005년 6월 15일 정해윤 단장을 중심으로 발족했다. 집수리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은 벽화그리기, 농촌활동, 재난구호 활동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현재 6000여명의 온라인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 가능하다. ‘자발적’ 모임이기 때문에 정기 회비가 있지만 납부 의무는 없다. 네오맨 나눔활동 인증은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사이트(http://www.vms.or.kr)에서 등
록, 발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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