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개인정보침해 사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이동전화 회사의 여직원이 친구의 부탁을 받고불법으로 고객정보를 빼내 알려준 것이 밝혀져 개인정보침해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SK신세기통신의 모지점에 근무하는 여직원 주모(25)씨는 최근 초등학교 동창생 박모(25.여)씨의 부탁을 받고 박씨의 옛 애인 유모(27.회사원)씨의 휴대폰 통화 기록의 일부를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가 자체조사한 결과 박씨는 자동자 판매 영업사원인 유씨가 분실한 휴대폰에 저장된 고객 전화번호를 급히 알아야 한다며 과거 통화내역을 조회해 알려달라고 주씨에게 부탁했고, 주씨는 유씨의 과거 통화기록을 조회해서 유씨의 통화기록에나타난 전화번호를 박씨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부탁은 박씨가 헤어진 옛 애인 유씨의 행적을 찾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 낸 것으로 밝혀졌으나, 주씨는 불법으로 고객정보를 유출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유씨는 SK신세기통신과 주씨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정보통신부 개인정보침해 센터에 신고했다.

이처럼 최근 정보화가 급진전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각종 개인정보침해 사건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2일 정통부 산하 개인정보침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 침해 신고건수는 113건이었으나 5월에 223건으로 증가한데 이어 12월에는 533건으로 늘어났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600건이 접수됐으며, 4월에는 1천42건이 신고돼 한달 신고건수가 1천건을 넘어다.

이에 따라 올들어 6월말까지 총 신고건수는 5천562건에 달해 벌써 작년 1년동안신고건수 2천897건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통신서비스 및 인터넷서비스 가입자 정보에 대한 회사측의 정보유출이나 목적외 사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신용카드회사나 백화점의 고객 정보유출에 관한 신고도 일부 포함돼 있다.

지난 3월 한달동안 신고된 개인정보침해 790건의 주요유형을 살펴보면 ▲타인의개인정보 훼손, 침해, 도용 등이 319건으로 가장 많고 ▲개인정보 열람.정정.삭제요구에 불응 81건 ▲원치 않는 정보를 보내는 행위 72건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목적외에 사용 24건 ▲이용자 동의없이 개인정보 수집 16건 ▲개인정보 수집해 목적달성후 파기하지 않는 행위 8건 ▲기타 270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개인정보침해 사고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신업체나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고객정보를 취급하는 담당직원들에게 정보유출에 따른 책임과 처벌 등에 관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를 준수하는 것은 전적으로 직원들의 개인적 양심에 달려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기밀을 누설할 경우 형사처벌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가 부과된다"면서 "그러나 이는 모두 사후조치에 불과할 뿐 사전에 개인정보유출을 막을 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