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 월드컵 성공을 가꾸는 사람들(18)

중앙일보

입력

=월드컵조직위 최범석 홍보지원 과장=

"조직위 홍보는 자원, 즉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바깥으로부터의 수요가 많은 상태입니다. 이런 과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여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게 제 몫이죠."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의 `해외창구'인 최범석(34) 홍보지원 과장은 자신의 직무에 대해 묻자 경제학자답게 시장논리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인적자원이 부족한 편입니다. 구체적으로 6개 대륙에 대해 효율적으로 홍보하려면 다국어 제작물 등 우선적으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요." 외국에서 삶의 절반을 보낸 `자유인' 답게 조직위가 안고 있는 고민을 거침없이쏟아낸 그는 월드컵이 300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람이 커지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최 과장은 "전세계에서 축구팬들의 편지가 오는데 요즘엔 일일이 답장하기도 벅차다"며 "지금으로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제논리가 담긴 그는 미국 버클리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과 통상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은 인재로 한때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귀국 후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가 월드컵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월드컵 업무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선배의 추천에 귀가 솔깃해 조직위에 섭외전문위원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난해말 조직위가 인터넷 홈페이지 파문으로 사무총장이 물러나는 등 시끄럽던 와중에 해외홍보 실무를 떠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일본월드컵조직위(JAWOC)간 연락관 업무 외에 큰 짐 하나를 더 지게 됐지만 '월드컵은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의 핵심'이라고 나름대로 판단, 홍보를 온.오프라인으로 확실히 구분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통해`한국 알리기'에 나섰다.

오프라인, 즉 언론을 상대하는 일은 외신과에 맡기고 자신은 인터넷같은 온라인홍보에 치중하면서 한.일월드컵에 호기심이 많은 지구촌 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앞장서왔다.

한국견(犬)협회의 정심사위원으로서 개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특히 세계 각지의 애견가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보신탕' 관련 항의가 올 때마다 직접 `해결사'를 자임, 논리 정연한 해명과 설득을 통한 자기사람 만들기로 유명하다.

"한국 내에서 애견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바깥에서는 한국인 저녁식탁에개고기가 올라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88서울올림픽 때의 개고기 파문을 월드컵 때 당하지 않으려면 국민 개개인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계 60여개국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한 최 과장은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지만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