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창원 창동거리 예술촌으로 꾸미니 … 방문객이 두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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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옛 마산) 창동의 뒷골목이 ‘창동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창원시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민간과 손잡고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예술촌 벽면에는 양조장·택시 같은 마산의 옛 모습과 창동 일대에서 활동한 예술인을 담은 희귀한 사진들이 걸려 있다. [창원=송봉근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 창원(옛 마산) 창동 사거리의 한 골목.

 ‘드 세느 아뜰리에’ ‘그랑쇼미에르’ 등 프랑스어로 된 간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주부 김봉이(31)씨는 “창동이 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에 찾아와 옷도 사고 구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동은 6·25 전쟁 때 문화예술인들의 피란지로 ‘경남판 명동(明洞)’ 같은 곳이었다. 1980년 초반까지 마산지역 택시가 창동 덕에 전국에서 돈을 제일 잘 번다고 할 정도로 번성했다. 하수길(50)씨는 “옛날 창동에는 예술가와 시민들이 찾는 다방과 막걸리집이 많았고 저녁에는 빈 자리가 없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역이 노후화된 데다 80년대 들어 창원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이 쇠퇴한 90년대 후반부터는 빈 점포도 곳곳에 생겼다. 지난해 기준으로 창동 지역 349개 점포 중 절반이 비어 있었다.

 2010년 7월 마산·창원·진해시가 합쳐진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면서 회생의 계기가 마련됐다. 박완수 창원시장이 “옛 마산 구도심의 특성을 살려 마을 재건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대구 수창동의 대구예술발전소는 담배 보관창고를 리모델링해 올 8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변의 낡은 지역과 진입로는 손대지 않아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그해 10월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지난해 1~3월 주민설명회를 네 차례 개최하면서 동의도 얻어냈다. 이 과정을 거쳐 모아진 최종 컨셉트는 ‘50~60년대 마산 르네상스를 복원하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8월 공개모집을 통해 도시디자인 전문가인 문장철(59)씨를 총괄기획자로 선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창동 예술촌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울퉁불퉁하던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옛길의 모습을 강조한 황토색 포장길을 냈다. 칙칙하던 건물 담장에는 예술작품을 그려넣었고 색색의 야간 조명을 설치해 멋진 야경을 만들어냈다.

 창원시는 이렇게 꾸민 창동 예술촌에 예술인과 예술상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2년간 입주 점포의 임대료 일부를 지원해 주는 혜택을 내세웠다. 작업실과 미술품 판매점이 속속 들어섰다. 올 4월 시범운영을 거쳐 5월에 예술촌을 정식 오픈했다. “창동이 달라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창동 상권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방문객이 평일 3000명, 주말 7000~8000명으로 종전의 배를 넘어섰다.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가도 새단장에 나서는 등 지역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재기 LH공사 도시재생지원단장은 “창동 예술촌은 도시 재생을 성공시키기 위해 공공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대구시 중구 수창동의 대구예술발전소는 지자체들이 교훈을 얻어야 할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지난 8월 문을 연 예술발전소는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구도심을 살린다는 취지로 160억원을 들여 추진한 프로젝트다. 담배 보관창고이던 곳을 예술작품 전시와 공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오후 이곳에서 열린 ‘2012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에는 관람객이 단 두 명뿐이었다. 대학생 김창우(25)씨는 “택시기사가 길을 몰라 주변을 두 번이나 돌았다”며 “전시장 인근 주택과 골목길이 너무 낡아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변 노후지역과 진입로는 그대로 둔 채 예술관만 덩그러니 만든 탓에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충북대 황희연 (도시공학) 교수는 “구도심 재생은 경제·사회·문화를 되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비사업이 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都市再生)=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구도심에서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는 사업. 민간에서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공공 차원에서 사업을 주도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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