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아침마다 집합 정신 번쩍 든 S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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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감독

“규율이 잡히면서 팀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문경은(41) 감독이 말하는 프로농구 서울 SK의 상승세 비결이다. 이번 시즌 ‘감독대행’ 꼬리표를 뗀 문 감독이 ‘모래알 조직력’ SK를 바꿔놨다.

 SK는 지난 4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73-56으로 꺾었다. 2011년 2월 이후 인삼공사전 9연패를 끊는 값진 승리였다. SK는 8승2패로 단독 1위에 올랐다. 경기 후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문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인삼공사전 징크스에서 탈출하고 단독 1위에 올라 더 기뻐한 것 같다. 이긴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으쌰으쌰’ 하며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니 더 흐뭇하다.”

 문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규율’과 ‘소통’을 화두로 내세웠다. 그는 “SK가 모래알 같은 팀이라는 평가를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훈련이 끝나기 무섭게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선수들 습관부터 바꿨다. 문 감독은 매일 오전 7시 선수들을 불러모아 자유투 100개를 던진 뒤 아침식사를 하도록 했다. 하루를 다 함께, 훈련으로 시작하자는 메시지였다. 그는 “내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SK의 문화로 정착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싫든 좋든 아침부터 얼굴을 보니 자연스레 선수들끼리 대화가 많아졌다. 베테랑 박상오(31)는 “솔직히 아침부터 나와 훈련하는 건 힘들다. 그러나 대화가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규율을 잡기 위해 식스맨 이현준(33)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SK에 ‘잔소리꾼’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악역을 소화할 수 있는 이현준을 점찍은 것이다. 문 감독은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해도 주장 역할을 잘할 수 있다. 내가 삼성에서 선수로 뛸 때 강양택(현 LG 코치) 선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이적한 박상오와 김동우(32)가 주장을 받쳐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문 감독은 “세 명의 베테랑 덕분에 선후배 관계가 잘 잡힌 느낌이 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SK는 지난 시즌에도 초반 상승세를 타다 외국인 알렉산더 존슨이 부상을 당하며 9연패에 빠졌다. 최종 성적은 9위였다. 그 때문에 올 시즌 SK를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문 감독은 “올해는 국내 선수들이 고루 잘하고 있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해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초반 열 경기에서 8승 이상을 거둔 팀은 총 16팀. 이들은 예외 없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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