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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女 씀씀이 다 줄여도 '이곳'엔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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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왼쪽부터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3가지 특별 디저트, 하겐다즈의 신제품 ‘시크릿 센세이션 초콜릿 퐁당’, W.E.의 한식 디저트 ‘호떡 팬케이크’와 ‘인절미 아이스크림’.

서울 종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김인숙(28·여)씨는 퇴근길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일부러 홍대앞의 디저트 카페를 찾곤 한다. 지난 2일에도 그는 홍대앞 디저트 카페 더블유이(W.E.)에서 1만2000원짜리 호떡·팬케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김씨는 “불황이라 다른 씀씀이는 모두 줄였지만 저녁 디저트에는 마음껏 쓴다”며 “쇼핑을 못해 우울하지만 최고급 디저트를 먹는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 최고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W.E.를 운영하는 이경훈 대표는 “주로 20~30대 여성 고객이 많이 찾는다”며 “자신의 건강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최고급 재료로 만든 디저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먹어도 그만이었던 디저트가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저녁식사의 ‘메인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엔 밥만 배불리 먹었다면 요즘은 저녁은 가볍게 먹거나 아예 건너뛰고 커피나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를 먹는 문화가 번진 것. 불황에 지친 젊은이들이 명품백이나 비싼 옷은 포기한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소소한 럭셔리’를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카페에 몰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디저트 리의 메인 디저트 ‘천연소금 캐러멜 아이스크림과 구운 바나나, 헤이즐넛 크럼블’.

 디저트 카페는 젊은이가 많이 찾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홍대앞 등에 널리 퍼지고 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웰빙 호떡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얹는 등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메뉴가 많다. 또 건강과 웰빙을 찾는 입맛에 맞춰 딸기나 바나나, 토마토 같은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버무려 만든 메뉴도 있다.

디저트라지만 아예 디저트로 구성된 코스요리까지 개발한 곳도 있다. 가로수길의 ‘디저트 리’는 디저트만으로 ‘입가심-메인-마무리’로 이어지는 코스메뉴를 내놓았다. 새콤한 사워크림으로 입맛을 돋운 뒤 사과나 바나나 등 7가지 과일 중 하나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코코넛 가루를 입힌 과자와 커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디저트 카페 메뉴는 보통 단품이 8000원 안팎, 코스는 1만2000원을 웃돈다.

 디저트 문화가 유행하면서 호텔이나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 업계도 디저트 메뉴를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특히 호텔은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해 저녁이면 성인 1명당 10만원을 웃도는 기존 뷔페보다 요즘엔 3만~4만원대의 디저트 뷔페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제철 과일인 단감이나 사과 등을 이용한 과일 디저트 뷔페를 운영 중이다. 쉐라톤 워커힐 호텔 역시 요일별로 딸기·체리·초콜릿·머핀·쿠키 등을 내놓는 디저트 뷔페를 꾸며 놓았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기존 뷔페 손님은 계속 줄어드는데 디저트 뷔페는 친구들끼리 오는 젊은 여성들로 점점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스크림 업계도 고급 디저트 아이스크림 출시에 부산하다. 하겐다즈는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가격은 서너 배 비싸지만 프랑스의 인기 디저트인 퐁당 쇼콜라와 비슷한 느낌의 제품을 최근 내놓았다. 나뚜루는 파르페와 베이커리, 라테 등 10여 종의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디저트와 샌드위치가 위주인 푸드 전문점 두 곳을 새로 개장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송혜경 과장은 “디저트는 당분이 많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불황기엔 단맛 수요가 많아 디저트 메뉴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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