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위험” … 중도로 가는 일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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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호소노

일본의 집권당인 민주당이 우익적 성향의 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중도 노선’을 부각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정조회장은 3일 “차기 총선에선 헌법 개정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보장 문제를 신중히 접근하며 민생의 안전을 도모해온 전후의 역사를 긍정할지, 아니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90CE>)나 아베 신조(安倍晋三)처럼 전후의 역사를 부정할 것인지가 근본적인 차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와 이시하라 두 사람은 조금 위험하다. 민주당이 센터(중앙)”라는 말도 했다.

 최근 지사직을 던지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시하라 전 도쿄도지사는 현행 평화헌법의 파기를 주장한다. 아베 자민당 총재는 ‘전후 질서로부터의 탈피’를 대표적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호소노의 말은 ‘민주당은 이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자신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국제법적 권리지만, 전쟁 금지를 규정한 일본 헌법 해석상 인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의원 대표질문에서 아베 총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해야 하며, 이를 금지하는 헌법해석을 바꿔야 한다”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추궁했다. 이에 노다 총리는 “헌법해석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맞섰다.

아즈미 준(安住淳) 민주당 간사장 대행도 2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견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내가 책임자로 있는 한 민주당은 그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다 총리와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는 3개월 전과는 차이가 크다. 지난 7월 총리 직속 정부 위원회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펴냈고, 당시 노다 총리는 “정부 내에서 논의를 집약해 나가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불과 3개월 만에 달라진 민주당의 노선은 궁여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의 당 지지율은 자민당의 3분의 1 수준으로 “선거를 해보나 마나 무조건 자민당이 이긴다”는 견해가 당 안팎에 팽배해 있다. 코너에 몰린 민주당으로선 자민당을 비롯한 우익 야당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위대원의 아들로 자민당 못지않은 우익 본색을 드러내온 노다 총리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가 최근 연설에서 민주당의 노선을 ‘중용’이라고 표현한 걸 두고 일본 언론들은 “보수색 강한 총리가 ‘중도’란 표현에 거부감이 강해 중용이란 표현을 썼다”고 분석했다.

 그래선지 노다 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에서 혀가 꼬여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연출했다. 24년간의 ‘지하철역 앞 가두연설’로 다져진 ‘연설의 달인’답지 않은 모습이다.

 한편 교도통신이 3~4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노다 내각 지지율은 17.7%로 지난달 29.2%보다 11.5%포인트 하락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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