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밥 먹었느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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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정례(1955~ )'밥 먹었느냐고' 전문

꽝꽝나무야
꽝꽝나무 어린 가지야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어린 가지야
꽝꽝나무야
나에게 물어줄 수 있겠니?
여보, 밥 먹었어?
엄마, 밥 먹었어? 라고
그럼 나 대답할 수 있겠다
꽝꽝나무야
나 밥 먹었다
국에 밥 말아서
김치하고 잘 먹었다



소한(小寒) 추위, 서울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다. 추위에 대한 추억 하나, 강물이 꽝꽝 얼어붙으면 거기에 괜히 주먹만한 돌멩이를 던지곤 했다. 그러면 얼음이 놀라 잠에서 깨어나듯이 쩌렁쩌렁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것도 침묵에 말을 거는 일종의 어리광스런 짓이었을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긴 침묵은 견디기 힘든 것이 된다. 나무와 시인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 그런데도 단절감이 있다. 부부 사이에도 가끔 벌어지는, 친근감에서 비롯된 단절감.

최승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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