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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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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007’ 같은 초인적 요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의 화려한 액션도 없다. 총 한발 쏘지 않지만, 두 시간 내내 긴장감이 흐른다. 배우 벤 애플렉이 연출하고, 조지 클루니가 제작자로 나선 영화 ‘아르고’(지난달 31일 개봉·사진)다. 긴장감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실화의 힘에서 나온다. 지난 주말 개봉 3주차에 미국 흥행 1위에 오르는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슬람 혁명의 기운이 달아오른 1979년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은 시위대에 점거된다. 혁명으로 축출된 국왕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반미(反美) 정서가 고조된 결과다. 그 와중에 6명의 미국인 직원은 몰래 캐나다 대사관저로 몸을 숨긴다. 혁명정부 당국은 그들의 존재를 파악한 뒤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온다.

 이들을 어떻게 탈출시키는가, CIA 구출전문요원 토니 멘데스(벤 애플렉)는 우연히 TV에서 ‘혹성탈출’을 보다가 기발한 방안을 떠올린다. 인질들을 영화 스태프로 위장시켜 탈출시키는 ‘엉뚱한’ 작전이다. 멘데스는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아르고’ 라는 가짜 SF영화를 만들기로 입을 맞춘 뒤 유령 제작사를 만든다. 가짜 시나리오를 만들고 배우를 캐스팅한 뒤 기자회견까지 연다.

 멘데스는 로케이션 헌팅이라는 명목으로 캐나다 위조여권을 들고 테헤란에 잠입한다. 할리우드와 CIA가 손잡고 전세계를 깜쪽 같이 속인, 희대의 사기극은 18년간 기밀에 부쳐졌고, 2007년 한 잡지에 의해 공개됐다. CIA 역사상 가장 기발한 작전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작전에 참가한 특수분장 전문가 존 챔버스(존 굿맨) 등 실존인물과 외모가 흡사한 배우들이 캐스팅됐고, 커다란 안경테와 폭넓은 넥타이 등 당시 의상도 그대로 재현했다. 작전 성공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음에도 손에 땀이 난다. CIA 요원과 워싱턴, 인질들간의 갈등이 촘촘하게 묘사됐기 때문이다. 정치스릴러의 뼈대에 유머와 다큐멘터리적 영상을 붙여나간 감독 벤 애플렉의 솜씨가 여간 아니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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