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중간광고 논란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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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광고는 프로그램 도중에 끼워넣는 것으로, 현재는 지상파 TV 프로그램 중 경기중계.음악회 등 휴식시간이 있는 경우와 케이블 방송에만 허용되고 있다.

방송정책기획위는 중간광고 허용 필요성에 대해

▶지상파 방송국들이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많은 돈이 들고
▶광고계.방송사가 중간광고 허용을 계속 요구해 왔으며
▶다른 나라들이 통상교섭 때 규제 철폐 차원에서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해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만 SBS와 지역 민방 등 9개 민영방송에 우선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광고 관련 단체와 방송사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단체 등은 중간광고 도입이 결국 시청자 주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효신(朴孝信)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부담하는 광고주들이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1974년에 폐지된 중간광고를 부활해 방송 프로그램의 앞이나 뒤, 또는 중간 어디에 광고가 나오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엄경섭(嚴炅燮) SBS 광고팀 부장은 "대형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 방영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광고를 분산시켜야 한다. 중간광고를 못하게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고 주장했다.

김민기(金敏基.광고홍보학) 경주대 교수는 "중간광고가 허용되더라도 전체 광고량은 늘지 않는다. 또 PD.작가들이 20~30분마다 긴장감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방송의 질이 높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정하 여성민우회 정책실장은 "10~20분마다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면 TV 시청의 리듬을 깬다. 광고주를 만족시킬 뿐 시청자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 없는 중간광고를 시청자들은 반대한다" 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해 전국 성인 1천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다른 채널로 돌렸다가 광고가 끝나면 다시 보던 프로그램을 시청하겠다' 는 의견이 47.9%, '다른 채널의 프로그램을 보겠다' 는 의견이 25.9%였다. 중간광고에 대해 73.8%가 반대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안수경(安秀卿) 간사는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시청률 경쟁이 더 심해지고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또 광고가 상품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소비를 촉구하므로 중간광고는 소비성향을 더욱 부추길 것" 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명천(李明天.광고홍보학) 중앙대 교수는 "프로그램의 허리를 잘라 불쑥 나오는 광고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시청자들은 광고에 간섭받지 않고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민영방송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공영방송으로 확대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광고학자들은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방송국이 중간광고를 끼워넣거나, 방송시간이 긴 프로그램에 중간광고를 넣기 위해 줄거리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로그램이 광고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방송광고의 97%를 지상파 방송사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간광고까지 허용되면 케이블TV의 광고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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