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삶과 이상, 만화로 만나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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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 (1928-1967)의 삶을 그린 만화「체 게바라」(현실문화연구, 남진희 옮김)가 번역.출간됐다.

1968년 아르헨티나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흑백의 강렬한 선으로 게바라의 어린시절, 쿠바 혁명에 성공하기까지 치른 여러 전투, 볼리비아에서 맞은 최후 등을 연대기로 그렸으며 중간 중간에 특정 사건과 연계된 과거의 기억을 끼워넣었다.

이 작품은 특히 게바라의 여러 성격 중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는 게 역자의 설명. 모든 종류의 억압에 맞서 싸운 영웅이기 이전에 사랑으로 봉사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고뇌를 강조했다.

게바라는 냉철한 사회주의자였지만 동시에 안락함을 버리고 신념을 실천으로 옮긴 무정부주의자, 낭만주의자, 휴머니스트였다. 이런 면모는 오늘날 그가 이데올로기의 범주를 벗어나 전체 지구촌에 `체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의 근원이다.

두터운 분량의 단행본 평전에서처럼 게바라의 상세한 족적을 읽을 수는 없지만,최대한 함축된 문장과 강렬한 터치의 그림은 `비범한 영웅'의 면모를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 의대생 시절의 남미 여행 경로와 쿠바에서의 격전지를 표시한지도, 게바라 연표도 곁들여져 이해를 돕고 있다.

이 만화는 주인공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항의 상징이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만화가 출간되자마자 유포를 금지하고 원본을 없애 버렸다. 또 만화 스토리를 쓴 유명 저항작가 엑토르 오에스테르엘드(1919-?)는 독재정권의 광기가 최고조에 달한 1973년 그의 네 딸들과 함께 실종돼 아직까지 생사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림을 그린 알베르토 브레시아(1919-1993) 부자(父子)도 극심한 정치적 탄압을 겪었다. 만화를 통해 억압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 브레시아는 1989년 만화가로서는 최초로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7년 광주 비엔날레 때 그의 작품이 전시된 바 있다. 95쪽. 9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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