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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침체 늪 빠진 벤처 '사활 건 승부'

중앙일보

입력

여성 전문 커뮤니티사이트인 톡투미는 최근 회사를 다른 벤처에 팔았다.매각 대금은 ‘0원’.대신 이 사이트가 향후 수익을 내면 이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회사 관계자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수익을 낼 자신이 없었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런 고육지책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 포털 A사는 올해초 10여명의 직원을 정리한데 이어 지난달 실적이 좋지 못한 일부 사업부문의 직원을 2차로 내보냈다.지금 남은 인원은 30명.출범 당시 50명에 비해 무려 40%나 줄였다.이 회사 L사장은 “상황을 봐서 인력을 더 줄일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는 벤처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비수익사업 정리는 물론 회사 매각 등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하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하반기 벤처경기 전망’에 따르면 대부분의(60%) CEO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으며,내년 하반기까지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들도 16%나 됐다.이에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 상반기중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한차례 했으며,추가 구조조정을 했거나 준비중인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필사적인 구조조정 = 벤처기업들의 구조조정 방향으로 많은 CEO들이 회사 매각과 비수익사업 정리(42%)를 들었다.수익모델을 찾지 못할 바에야 아예 없애 버리는게 낫다는 것이다.이어 인력감축(23%)·분사(7%)등이 뒤를 이었다.전형적인 비용절감 방식이다.

특히 응답자의 10%는 이미 구조조정을 했지만 향후 전망이 어려워 2차,3차 구조조정을 추가로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인력감축과 관련,전체 직원 중 10% 이내를 줄였다는 응답이 60%였고,10∼20%를 줄였다는 이들도 20%를 차지했다.30%이상을 줄였다는 곳도 10%나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인 N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전직원의 20% 이상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증권정보 사이트 P사는 올해초 분사 등의 형태로 본사 직원을 30%쯤 줄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이광훈 박사는 “아직도 자신의 사업모델을 과신하며 구조조정을 망설이는 기업이 있다”며 “더욱 과감한 매각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위기극복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확보는 여전히 어려워=인터넷 솔루션업체인 C사는 최근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협상을 벌이다 막판 결렬됐다.

이 회사 K사장은 “창투사들의 기업을 평가하는 현미경이 더욱 정교해진데다 투자하려는 의욕도 없어져 펀딩(사업자금확보)이 힘든 상태”라며 한숨지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중 외부 투자를 받았다는 곳은 18%에 불과했고,82%는 전혀 투자를 전혀 못받았다고 답했다.‘하반기에 펀딩 시장이 나아질 것 같다’는 CEO도 13%에 불과,하반기 벤
처기업의 자금줄은 더욱 마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보니 코스닥 등록에 사운을 걸겠다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본지 조사에서도 ‘코스닥 등록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이들이 48%나 됐다.

닷컴 기업들의 경우 서비스 유료화를 통해 살길을 찾겠다는 곳이 80%나 됐다.이미 프리챌(아바타)·새롬기술(인터넷전화)·그래텍 등이 부분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고,다음커뮤니케이션·다모임 등도 곧 유료화할 계획이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장 반응이 불확실하다”며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윤·이승녕·원낙연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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