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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전기차용 경량 철강차체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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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오른쪽) 포스코 회장이 올 8월 포항제철소에서 ‘필사즉생’이라는 글귀를 쓰고 있다. [사진 포스코]

지난 8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방문한 정준양(64) 포스코 회장은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붓을 들었다. 그러곤 대형 족자에 일필휘지로 ‘必死則生’(필사즉생)이라고 써나갔다. ‘죽기를 각오해야 살아남는다’는 이 글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내세운 임전훈(臨戰訓)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고탄소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500만t 생산을 조기 달성하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올 초 새해 구상 발표에서도 “임진년인 올해 기업환경이 임진왜란 당시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다. 죽을 각오로 뛰어 외국 경쟁사와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포인트 이상 벌리자”고 독려했다.

각오는 결실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 5월 31일 미국 GE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국내외 발전사업, 에너지용 강재 개발과 기자재 제작, 신흥시장 인프라 사업, 정보통신기술(ICT), 인재개발 및 교육 등 5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세계 철강사 중 최초로 전기자동차용 철강차체(PBC-EV)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PBC-EV에는 포스코의 최첨단 공법이 적용됐다. 2015년부터 실시되는 국제 충돌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강도를 보유하면서도 기존 양산차 차체보다 25% 이상 가볍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량을 50%가량 줄였다. 2월에는 리튬을 소금물에서 직접 추출하고 생산기간도 기존 12개월에서 1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소금물에 녹아 있는 리튬을 뽑아내는 리튬 회수율을 종전의 50%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점들로 인해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올해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뽑혔다. WSD는 전 세계 3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기술혁신·생산규모·수익성 등 23개 항목을 평가해 이같이 발표했다. 포스코 박기홍 부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지속적인 혁신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길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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