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신부·목사님과 … 열흘간 240㎞ 순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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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왼쪽부터 전주 전동성당, 완주 송광사, 김제 금산교회, 익산 원불교 총부.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소통과 상생의 상징이다. 여러 종교와 문화가 반목하거나 질시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 포용한다. 또 600리 긴 여정을 걸으면서 영혼의 소생을 느끼는 구도(求道)의 길이기도 하다. 깊어가는 가을, 국내 외 순례자들이 이 길에서 큰 잔치를 벌인다.

 전북도와 한국순례문화연구원이 다음달 1∼11일 2012 세계순례대회를 연다.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를 주제로 내건 행사에는 천주교·불교·기독교·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와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막식은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폐막식은 도청 공연장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9박10일간 전주 한옥마을·치명자산, 완주 송광사·천호성지, 익산 나바위·미륵사지, 김제 금산사·수류성당 등 종교 유적지를 걷는다. 스님·신부·교무·목사 등이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길을 인도한다. 하루 7~8시간 동안 20~30㎞를 걷는다.

 순례 도중 아픈 몸을 치유하고 마음을 달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각 종단 지도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화합을 다지는 행사도 갖는다. 순교와 박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지에서는 종교마다 깨달음을 전하는 ‘종교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종교 화합과 순례’ 포럼도 연다. 티베트 종교문화부의 피마친조르 장관, 로마 교황청의 순례특사인 조셉 칼라피 파람빌 대주교, 세계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인 이오은 원불교 교무 등이 참가한다.

 행사 끝 무렵에는 순례 음악회를 열고, 가수 김태원(그룹 부활의 멤버)이 진행하는 순례 토크쇼를 한다. 참가자의 편의를 위해 코스 주변의 절·성당·교회는 물론 동네 마을회관을 숙박 장소로 제공한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전주∼완주∼김제∼익산을 잇는 코스로 전체 길이가 240㎞에 이른다. 1845년 한국인 첫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머무른 나바위 성지(익산)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10여 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완주), 불교문화의 정수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 호남 최초로 1893년 설립된 서문교회(전주), 신라 말기에 창건된 송광사(완주) 등을 연결한다. 길 중간에 시조 시인 가람(이병기) 생가와 서예가였던 강암(송성용) 기념관을 볼 수 있다. 한옥마을, 만경강 갈대밭, 고산천 숲 속 오솔길도 만날 수 있다.

 2009년 10월 31일 순례길 선포식 이후 연인원 5만여 명이 찾아왔다. 종교인을 물론 일반인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2010년 문화재청이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길’로 지정했다.

 김수곤 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장은 “아름다운 순례길은 다양한 종교가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코스”라며 “사랑과 자비, 평화로운 세상을 앞당기자는 의지를 다지는 한편,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문화·유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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