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파라치' 시작부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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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해 벽두 대구에 ‘노파라치’ 논란이 뜨겁다.수성구가 술을 팔고 여성 접대부를 제공하는 노래방 불법영업에 대해 신고보상금제를 도입해서다.

수성구는 오는 10일부터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행위를 신고하면 5만원,접대부 제공을 신고하면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그러나 노래방 업주들은 “자동차의 불법을 신고하는 카파라치 등에서 역기능이 확인된 시민신고에만 의존하려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태=노래방에서 술과 안주를 팔고 여성 접대부를 제공하는 등의 유흥주점식 영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성구청 김영수(54)위생과장은 “지역에 3백20개 노래방이 있지만 지난해 주류판매·접대부제공 등으로 모두 4백31건이 적발됐다”며 “이대로 가면 노래방이 모두 유흥주점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대구지역 대부분의 노래방이 술과 접대부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말 수성구 범물동의 한 노래방에서 송년회 2차를 가졌다는 조모(38·회사원)씨는 “막판에는 접대여성들이 추가 팁을 받고 웃옷을 하나씩 벗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노래방에서 손님이 술을 요구해도 캔 맥주에 과자접시 정도가 전부였지만 요즘은 양주에 요리 안주,여성 접대부 등 유흥주점과 거의 차이없는 술자리가 펼쳐진다.

◇법과 현실과의 거리=노래방 업주들은 “당초 업태를 만들 때의 취지는 좋았지만 규제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대구노래방연합회 전상주 회장(56)은 “우리 국민의 놀이문화가 술 한잔 하면서 노래부르는 것에 익숙해 있는 데도 무조건 이를 부정하려는 데서 불법영업과 단속의 악순환이 빚어진다”고 지적했다.

업주들은 “캔 맥주와 손님이 지참하고 오는 술 정도에 대해서는 용인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영업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곧 이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낼 움직임이다.

회사원 윤모(35·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에게 노래방 술자리는 필요악일 수도 있다”며 “대구에서 특히 노래방 술판이 성행하는 것은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론도 만만찮다. 들안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술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노래방마다 접대부를 제공하면 그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불씨=수성구는 시위를 통해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업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고보상금제 시행을 당초 3일에서 10일로 늦췄다.그러나 노래방 업주들이 불법영업을 하지 않겠는다는 각서를 제출하더라도 10일 시행은 강행할 계획이다.노래방연합회는 오는 20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릴 자정결의대회에서 신고보상금제 철회를 함께 요구할 계획이다.

구청의 ‘법대로’와 업주측의 ‘현실론’이 맞부닥치고 있는 ‘노파라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 지 관심거리다.

정기환·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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