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으로 풀어보는 관절질환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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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박모씨. 몇 개월 전부터 어깨 통증이 오자 오십견일 거라고 생각해 동네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세는 더 나빠져 밤마다 통증에 시달렸다. 특히 팔을 뒤로 돌리거나 머리 위로 올릴 때 통증이 심했다. 어깨를 움직일 때는 관절 주위에서 ‘드르륵’하는 연발음도 들렸다. 전문병원을 찾은 그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검사를 받고 회전근개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회전근개란 팔뼈를 감싸는 4개의 힘줄이다. 이 질긴 조직은 마치 도르래 줄처럼 어깨뼈를 움직여 팔을 올리고 돌리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줄은 탄력이 떨어지고, 약해진다. 이때 과도하게 팔을 사용하면 손상되거나 끊어진다. 이를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한다.

 첫 번째 증상은 어깨가 뻣뻣해지면서 관절운동의 제한이 오는 것이다. 이어 밤에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고, 뒷목이 뻣뻣해진다. 통증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눕기조차 힘들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오십견과 비슷하다는 데 있다.

 오십견의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동결견이라고도 한다. 역시 증상은 어깨가 굳고 낮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밤만 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팔이 떨어지는 것 같다.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을 구분하려면 팔을 돌려보면 된다. 오십견은 어떤 방향이든 팔을 올리거나 돌려도 어깨 전체가 아프고 굳어 있다. 남이 팔을 들어주더라도 특정 각도 이상 움직이기 어렵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남이 도와주면 팔을 올릴 수는 있다. 이때 지지하던 힘을 풀어주면 올린 팔을 유지하지 못하고 툭 떨어뜨린다. 또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돌릴 때 무언가에 걸린 듯 소리가 나기도 한다.

 오십견은 세월이 지나면서 증세가 사라진다. 회전근개 파열도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 때문에 오십견이 치료됐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을 방치하면 끊어진 힘줄이 계속 말려들어가 나중에는 어깨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3개월 이상 어깨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회전근개 파열은 일찍 치료받을수록 효과가 좋고 치료가 간단하다. 요즘 체외충격파치료나 물리치료 등 수술을 하지 않고 호전되는 치료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파열된 회전근개를 원래 위치로 이어주는 재건술을 시행한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하므로 절개부위가 작고 회복속도가 빠르다. 최근 이중 가교재건술(suture-bridge tech)을 많이 이용한다. 접촉부위를 극대화해 재파열의 위험이 낮고, 회복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금정섭 정형외과 전문의·제일정형외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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